주담대 11.1%↑에도 집값 하락세 지속
‘Buy 충청’ 랠리·금값 상승세…환율 영향도

충청권 가계대출 자금이 전통적 실물자산인 부동산이 아닌 증시와 금(金)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동산 기대치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과는 차이가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 3718억 원으로 전월 764조 949억 원 대비 2조 2769억 원(1.6%) 증가했다. 물론 지난 6월 6조 753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정부의 고강도 수도권 규제책에 따라 감소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충청권의 가계대출 부담은 여전하다. 대전·세종·충남지역의 8월 말 여신잔액은 75조 99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상황이다. 주목할 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49조 6634억 원으로 11.1% 불어났다는 데 있다. 대전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히 대전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지난해 2분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마이너스 행진이다. 아파트로 좁혀도 단 한번도 상승한 적이 없을 정도로 침체 분위기”라며 “그런데도 주택담보대출은 11.1%나 늘었다. 즉, 부동산에 투입돼 가격 상승을 이끌어야 했던 자금이 딴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타당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수도권 규제에도 지역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지 않는 것은 거시적 추세에 기인한다. 대전의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2030년부터는 인구 감소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며 “일본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집값이 평균 60% 하락했고 부동산 자금이 금융 중심으로 이동했다. 지역일수록 부동산 침체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학계에선 자금이 대거 국장(國場)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는 사상 첫 4200선을 돌파하며 4일엔 4226.75p를 터치했다. 지난 4월 9일 저점 2284.72p 대비 무려 85% 상승률이다. 지역중소·벤처상장사가 주로 포진된 코스닥도 활황이다. 4일 기준 932.15p로 지난해 12월 9일 저점 627.01p 대비 48.6% 올랐다. 이날 장 마감 후 ‘Buy 충청’의 합산 시가총액도 183조 4860억 원에 달했다. 대전 증권업계 관계자는 “5일 사이드카(프로그래매매 호가 정지)가 발동될 정도로 하락 폭이 컸지만 반나절도 안 돼 4000선을 회복했다. 이는 통상 첫 상승세 후 200일 뒤 이뤄지는 큰 조정의 하나일뿐”이라며 “시장의 투자 관심도는 상당하다”고 전했다. 대전의 한 경제학 A 교수도 “부동산 경기 부진에도 대출이 늘고 있다는 건 가계가 미래 수익 자산을 주식과 금 같은 ‘시장형 자산’에서 찾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충청권 투자 패턴이 금융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환율도 현재의 투자 방식을 굳히고 있다. 5일 오후 4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47.80원에 달한다. A 교수는 “가계가 달러 자산을 직접 사들이기보다는 ‘안전자산 + 성장자산’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고금리·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는 한 부동산 대신 국장과 금으로의 이동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