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런베뮤 공식 SNS
사진= 런베뮤 공식 SNS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20대 직원이 과로사한 사건에 이어, 운영사 엘비엠(LBM)이 직원에게 사과문 낭독 영상을 강요하고, 이를 사내 단체 카카오톡방에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실업급여 지급을 막기 위해 퇴사 사유를 '개인사유'로 적으라고 종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7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에 따르면, 런베뮤는 사내 익명 제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피신고자에 대한 충분한 확인 절차 없이 아침조회 시간에 사과문을 낭독하게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에 따르면, 사과문 낭독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돼 엘비엠 계열사 전 지점 관리자와 본사 직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업로드됐다. 

제보자는 사과문 낭독에 대해 인권침해로 항의해도 "이사님 지시사항"이라며 거부당했고, 이 과정에서 인격 모독을 느껴 퇴사한 직원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실은 임원진이 해당 영상을 시청 후 피드백을 남긴 정황 자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본사 A 이사는 "진정성 있게 스스로 돌아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전 지점 사원, 직급자 모두 좋은 문화 정착을 위해 다같이 진중하게 들여다보자"고 해당 영상에 댓글을 남겼다.

또한 "과거의 과오는 인정하고 사과하되 발전하는 모습으로 기대가 절로된다"며 "전체 직원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앞으로 계속 펼쳐나갈 수 있는 좋은 임팩트 영상이라 글 남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내부 제보 시스템을 악용해 직원 간 갈등을 유발하려는 행위 등 전형적인 악덕기업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반성문을 읽고, 그 영상이 전 계열사 직원들이 보는 카톡방에 올라가는 시스템은 비인격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해당 시스템에 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퇴사자 실업급여 지급 회피 의혹도 제기됐다.

정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약 3년 동안 엘비엠 본사 및 런베뮤 매장 7곳, 공장 3곳 등 총 11개 사업장에서 퇴사자 1250명 중 실업급여 수급자는 41명(3%)에 불과했다.

엘비엠의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750명 중 기간제 근로자는 726명이다. 고용보험법상 피보험단위기간(근로일+주휴일)이 180일 이상이고, '비자발적 퇴사'일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즉,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장종수 노무사(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는 "기간제 비율이 97%에 달하는데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5%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런베뮤는 지난달에도 26세 직원의 과로사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고인은 주 80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과중한 업무가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런던베이글뮤지엄 본사와 엘비엠의 계열사 등 총 1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진행 중이다.

노동부는 각 지점의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관할 지방관서의 근로감독관도 추가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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