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발견 10년 만의 성과…쇠못 흔적도 확인
새로운 난파선 흔적도 발견, 기대감 커
내년부턴 마도5호선 규명·발굴에 주력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추정되는 고(古)선박이 수면 위로 인양됐다. 인양 과정에서 새로운 난파선이 묻힌 징후도 확인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도해역은 서해 뱃길 중에서도 험난하기로 손꼽힌다. 고려와 조선시대 연안 뱃길을 이용해 한양으로 오가려면 이 일대를 지나야 했는데 조류가 세고 암초도 많아 많은 배들이 난파 사고를 당했다. 조선왕조실록엔 1392년부터 1455년까지 60여 년 동안 200척에 달하는 선박이 태안 안흥량 일대에서 침몰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500년 넘게 지금의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운하로 연결하려는 시도(굴포운하)가 어어졌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전체 구간 중 약 절반만 수로를 내는 데 성공하고 나머지 구간에선 수로를 내지 못했다.
◆600년 만에 뭍으로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충남 태안 마도해역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 선체를 인양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10일 밝혔다. 2015년 수중에서 발견된 마도4호선은 역사 속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세곡 운반선의 실체를 드러낸 귀중한 수중유산이다.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0여 점을 비롯해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 중 ‘내섬(內贍)’이라는 글씨가 확인됨에 따라 이 배는 전라도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현재의 서울 마포구 일대)으로 향하던 중 난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박 안에서 발굴된 분청사기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됐으며 선박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1410~1433년) 1420년경 침몰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015년 발굴 이후 선체 보호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해 뒀던 선체를 발굴 10주년을 맞은 올해 침몰 600여 년 만에 인양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 통일신라(1척)와 고려(17척)의 고선박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는데 이번 인양으로 조선시대 선박의 실물 자료를 처음으로 확보한 의미도 있다.
마도4호선을 통해조선 전기 선박의 특징을 새롭게 확인한 것도 큰 성과다. 우선 고려 선박이 중앙에 돛대 한 개만 세웠던 것과 달리 마도4호선은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다. 항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 방향에 따른 조정이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려 선박이 목재를 세로로 배열해 앞판(船首材, 선수부)을 조립한 반면 마도4호선은 가로로 배열해 내구성을 높였으며 큰 나무못과 보조못을 함께 사용한 고려 선박과 달리 마도4호선은 작은 나무못을 다수 사용해 선체를 정밀하게 연결한 차이점도 있다. 특히 선체 수리에 쇠못을 사용했으며 이는 기존 확인된 선박들이 나무못을 사용했던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고선박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다.
◆또 다른 난파선의 흔적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마도4호선 인양과 동시에 음파탐사로 마도해역 일대를 조사하던 중 또 다른 고선박의 흔적도 확인했다. 이후 잠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자 다발 2묶음 87점(1150~1175년경 제작, 접시 65점, 완 15점, 잔 7점), 목제 닻과 밧줄, 볍씨 등과 함께 고선박의 선체 조각과 화물받침목(통나무)을 발견했다. 유물 구성과 양상은 마도 1·2호선과 유사해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이 추가로 침몰된 것으로 국가유산청은 추정하고 있다.
‘바닷속의 경주’로 불리는 태안 마도해역에서 발굴된 고려 선박들의 침몰 시기가 각각 태안선(12세기 후반), 마도1호선(1208년), 마도2호선(1210년경), 마도3호선(1265∼1268년경)의 순서로 추정되는 가운데 새로운 ‘마도5호선’이 발견되면 이 중 가장 이른 시기로 볼 수 있어 국가유산청은 내년엔 이를 규명하기 위한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는 우리나라의 수중발굴 역사가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국내 유일의 수중유산 발굴기관으로서 바닷속에 잠든 역사를 발굴해 과거와 미래를 잇고 우리 해양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