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회 중 외조부상 당한 김주원. 
사진=대회 중 외조부상 당했던 김주원. 연합뉴스

외할아버지가 별세한 가운데 김주원(NC 다이노스)은 지난 16일 도쿄돔 한일 평가전 9회말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으로 한국 대표팀을 구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한국 대표팀의 센터라인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중견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격수 김하성, 2루수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중심을 잡고 있다. 이들은 공격과 수비, 경험을 겸비하며 대표팀 타선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이들을 받칠 백업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LG 트윈스의 주전 중견수 박해민과 2루수 신민재는 MLB 선수 못지 않은 수비 능력에 매서운 공격까지 더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사진=홈런 친 김주원. 연합뉴스
사진=홈런 친 김주원. 연합뉴스

그중에서도 유격수 김주원(NC 다이노스)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지난 16일 일본전에서 6-7로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극적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불펜으로 평가받는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의 3구째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긴 대형 솔로포로, 김주원의 한 방 덕분에 한국은 7-7 무승부를 이뤄냈다.

김주원은 경기 초반 두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7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데 이어 마지막 타석에서 짜릿한 홈런으로 경기를 뒤바꿨다.

2002년생 김주원은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KBO리그 대표 유격수다. 2025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15홈런, 65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44개의 도루로 리그 2위에 오르며 주루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프로 경험은 길지 않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APBC, 2024 프리미어12 등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스위치히터라는 점 역시 활용 폭을 넓혀준다.

한편 그는 이번 대회 중 외할아버지가 별세하는 아픔도 겪었다. 일본에 도착한 다음 날인 13일 부음을 전해 들었고, 부모님은 경기에 집중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주원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고, 류지현 감독은 물병을 직접 건네며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선수를 위로했다.

감정을 추스른 김주원은 “한국에 가서 직접 할아버지를 못 보내드리는 만큼, 플레이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는 마음으로 임했고,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도 “그 마음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미 KBO리그에서 압도적인 유격수로 자리 잡은 김주원은 이번 한일전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하는 ‘국제형’ 유격수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는 “앞 타석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더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싸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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