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달 연속 인하에도 한국은 환율·집값·물가 걱정
지역차주·건설사·제조업계 “막막”…“내년 2분기 돼야”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가운데 ‘기준금리 4연속 동결’이 유력해지고 있다. 환율이 연중 최고점인 1480원대를 목전에 둔 데다가 수도권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다. 충청경제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기준금리는 2.50%에 고정됐다. 그 사이 2%p 차이였던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50%까지 좁혀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p씩 인하한 바 있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와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둔화했고 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나서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볼 만큼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환율 급등을 유발할 수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수도권 집값 재급등, 1968조 3000억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또 지난 8월 1.7%를 기록하며 둔화했다가 9월 2.1%, 10월 2.4%로 올라선 물가상승률도 통화정책 전환을 어렵게 만든다. 대전의 한 경제학 교수는 “한·미 금리 차는 1.50%p 수준까지 좁혀졌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고환율에 식료품·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이 가장 크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빠르더라도 내년 상반기, 구체적으로는 2분기 이후가 돼야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3~6.43%로 최대 6%대를 넘어섰다. 대전 금융권 관계자는 “대전·세종·충남지역은 9월 기준 가계부채만 약 76조 원으로 이 중 약 50조 원이 주담대”라며 “70% 이상은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실제 지역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대 6%대에 달하는 주담대 금리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빠지지 않고 있어 수도권 부동산 규제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가 지역까지 닿지 않고 있다”며 “현재 자금난에 신규 공사도 고용도 활발히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7만 3762가구 중 9543가구(12.9%)가 충청권에 집중됐다. 7월(8386가구) 대비 두 달 만에 13.8% 증가했다. 또 지난달 기준 국내 건설업 취업자는 무려 12만 3000명(-6.0%)이나 감소해 고용 여파도 상당하다.
지역 제조업도 막막한 상황이다. 고금리에 고환율·고물가까지 ‘3고(高)’가 겹쳤기 때문이다. 충남 제조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화 절하 영향으로 수출 규모는 늘었으나 수입액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만약 금리를 내리면 대출 이자 비용이 줄겠지만 고환율.고물가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무엇 하나 바라기 어려운 처지”라고 토로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협력업체 관계자도 “50%에 달하는 미국의 철강 관세까지 부과받고 있어서 차라리 그 부담을 상쇄해주는 고환율이 더 나은 편”이라며 “문제는 유연탄과 철광석을 들여오는 수입액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올라가도 원재료비가 수억 원씩 추가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에도 피해가 전가된다”고 염려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