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돼지 사육 규모가 가장 큰 충남에서 올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5일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한 양돈농장에서 ASF가 확진돼 발생 농장 돼지 1423마리를 살처분하고 긴급 방역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경기도 연천군 이후 2개월 만에 추가 확진으로 올해 여섯 번째 확진 사례다.

중수본은 전국 모든 지역의 ASF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48시간 동안 돼지농장·도축장·사료공장 등 축산 관계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한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다. 이와 함께 ASF 확산 차단을 위해 소독 자원 31대를 총동원해 당진과 인접한 3개 시군(서산·예산·아산) 소재 돼지농장 313곳과 주변 도로를 소독하는 등 긴급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국내 최대 양돈농가가 밀집된 충남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주로 경기도 북부 및 강원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사실상 중부 이남 지역은 ‘청정 지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충남 당진에서의 확진은 ASF 바이러스가 지리적 경계를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당진 확진이 나온 당일 서둘러 경보 수준을 최고인 ‘심각’ 단계로 발령하고 긴급 대처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ASF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돼지 전염병으로 인체에는 무해하나 양돈 산업에는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질병이다. 현재까지 백신이 없고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빨라 방역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방역은 초기부터 철저하게 실시돼야 한다. ASF는 주로 감염된 돼지나 오염된 물체(사료, 차량, 사람 등)을 통해 전파된다는 점에서 발생 농장과 인근 지역, 그리고 방역대 내 모든 농장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소독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야생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가 주요 확산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야생 멧돼지는 이동 반경이 넓고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대처가 쉽지 않다. 발생 농장 일대의 울타리를 점검 보강하고 멧돼지 포획활동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정지역인 당진에서 발병을 심각하게 보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관련 농가와 주민들도 방역에 적극 협조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만약 전염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악화된다면 돼지고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소비자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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