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고택(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엔 노성윤씨 집안의 학문적 깊이와 수준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비밀들이 숨어 있다.
본채 앞으로 돌출된 사랑채가 가장 대표적이다. 사랑채 창문은 4개의 문으로 구성되는데 중간 2개는 여닫이 형태로 열리고 문이 두 짝씩 겹쳐지면 다시 여닫이 형태로 열려 바깥 처마에 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다.
사랑채 창이 열리면 16대 9의 황금비율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저녁때면 동쪽으로 수백년 세월을 간직한 느티나무 위에 걸리는 보름달을 음미할 수 있다. 방 안쪽 문도 마찬가지인데 특이하게 방 안쪽 문은 문틀을 통째로 들어내 큰 방을 둘로 나눌 수 있도록 돼 있다. 손님이 사랑채에 묵을 때 남녀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랑채를 돌아 안채로 들어서면 내외벽을 마주하게 되는 데 이 벽면은 아래 부분이 터져있다. 본채 마루에서 손님의 신발을 보고 신분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곳간과 본채의 배치도 특이하게 사다리꼴 모양이다. 북에서 남으로 넓어지는 데 유체역학, 베르누이의 정리가 적용된 것이다. 이런 걸 바로 삶의 지혜라고 하는 것 아닐까.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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