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현
이용화플랜트 치과 행정원장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이 입으로는 공존과 상생을 말하면서 빵을 만들어 팔고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조금이라도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허울 좋은 신사업이란 명목으로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체면이라든가 품위, 기업윤리라는 것은 애초 관심도, 생각도 없이 배부른 돼지가 게걸스럽게 식탐을 부리듯 온갖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마치 덩치 큰 아이가 꼬마 아이의 과자를 자랑스럽게 빼앗아 먹는 모습이다.

이러한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상권은 점점 붕괴돼 가면서 소상공인의 한숨은 늘어만 가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 남양유업 사건이나 편의점 점주들의 잇단 자살 사건 또한 거대자본의 또 다른 횡포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리점에 대한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식 물량 떠넘기기와 빚 독촉으로 대리점주가 자살하면서 불거진 소위 ‘갑(甲)의 횡포’는 이미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본사 직원은 물량의 강매 행위는 물론 자기들의 회식비용, 명절 떡값 요구 등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으니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듣기 좋은 경제용어에 불과할 따름이다.

특히 가맹점주 4명이 자살한 편의점 업계의 불공정 행위는 21세기 또 따른 경제 노예계급을 방불케 할 만큼 어처구니가 없다. 월 수 백만 원 수익 보장이라는 본사의 말만 믿고 편의점을 개설했다가 낭패를 보는 가맹점주들이 하소연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 살을 깎는 심정으로 폐점이라도 하려고 하면 계약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수 천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니 가맹점주들은 하루하루 벼랑 끝에서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전국 편의점 수는 2만 4500여 개로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4대 편의점 본사의 순이익은 2552억 원에 달한다. 그러면 편의점 본사가 파트너라고 말하는 편의점주들의 수익도 이에 비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편의점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불과 17%에 불과하고 나머지 편의점들은 간신히 현상유지를 하고 있거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가맹사업 본사들은 한결같이 점주들의 영업 방향이나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한다. 결국 점주들이 편의점을 제대로 경영을 못하니 적자가 나는 것이라는 소리다. 본사의 과도한 점포 확장이나 24시간 영업 강요, 물건 떠넘기기 등으로 인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으면 인건비 등 제비용을 포함해 월 평균 100여만 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편의점의 밤 시간 영업 매출은 16.7%에 불과해 적자 구조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맹본부로서는 적게 팔건 많이 팔건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이니 편의점의 24시간 영업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맹 후 폐점도 못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더라도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편의점주들의 고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대리점이나 가맹사업 점주들의 문제 제기와 자살에도 본사들은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 위조하는 방법으로 소상공인과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과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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