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대학교 교수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과연 심리학자들은 그런 삶을 위해 무엇을 제안할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을 우리가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간과는 다른 것을 행복의 원인으로 잘못 생각하게 만들곤 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흔히 행복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학자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점이다. 1인당 GNP가 4만 2820달러(2010 IMF 기준)인 일본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듯이 지난 반세기동안 미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두 배 내지 세 배 증가했지만 미국인의 행복지수는 50년 전에 비해서 높아지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양은 매우 미미하다. 즉 부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후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대략 1만 5000달러까지는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국민의 행복지수 역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 이상의 국민소득은 행복과 무관하다는 ‘행복의 역설’ 주장이다.
다음으로, 행복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가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점이다. 성인 남녀 814명의 삶을 70여 년간 추적 조사한 ‘하버드 대학교 성인 발달 연구’에서 개인의 건강과 행복에 인간관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성인 발달 연구에서 건강한 노화를 예견하는 일곱 가지 조건으로 꼽은 것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 등이다. 50대에 이중 세 가지 이상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에 이른 사례는 전혀 없었다. 특히 이 조건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관론자들이 낙관주의자들에 비해 훨씬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데, 이는 비관론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고 스스로를 잘 돌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의 총책임자인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47세 즈음까지 형성된 인간관계’는 방어기제를 제외한 어떤 변수들보다 훨씬 이후의 인생을 예견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됐다. 인간관계 중에서도 특히 형제자매 간의 우애가 큰 영향력을 미쳤다. 65세까지 충만한 삶을 살았던 연구 대상자들 중 93퍼센트는 어린 시절 형제자매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뛰어난 지적 능력이나 계급이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가 아니더라도 형제자매나 친척, 친구, 동료, 이웃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성인 발달 연구 대상자들에게 배운 점이 무엇인가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욕망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자본주의 사회, 생산성과 능률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제 수명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을 가져오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행복이 상호 상승 작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나친 개인주의와 표면상의 이익을 멀리하고 더 큰 사회적 책임을 향해 나갈 때 개인적으로도 행복해지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 중 “좀 더 일을 열심히 할 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OO에게 좀 더 잘할 걸” 혹은 “사람들에게 좀 더 착하게 대했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훨씬 많다. 우리는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를 끝없이 희생하며 현재의 내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곤 하지 않는지 자문해 봄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