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목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안내에 보면 노숙인 의료급여 신청대상자는 ①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자활시설(기존 노숙인쉼터) 입소자 중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제1호 가목부터 다목까지 제2조1항은 노숙인의 정의를 말하고 있는데, 상당한 기간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18세 이상의 사람으로 규정)의 해당 기간이 3개월 이상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으로서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의료서비스(진찰·검사, 치료 등)가 필요한 사람 ②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6개월이상 체납된 사람 ③소득인정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최저생계비(1인가구, 57만 2168원)이하인 사람으로 노숙인 등의 확인과 소득·재산조사 확인을 거쳐 세 가지 모두 기준에 적합한 대상자를 의료급여 대상자로 책정 보호한다고 돼있다. 즉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노숙인으로 생활한지 3개월 이상이어야 하고, 건강보험료는 6개월 이상 체납돼야 하고, 소득이나 재산은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따른 최저생계비 이하이어야 한다는 세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노숙인이 의료급여자가 되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처음 노숙인 지원법이 제정될 때만 하더라도 그 어느 것보다 의료문제만큼은 노숙인 의료급여제가 시행되므로 확실하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나니 법이 제정되기 전보다 의료지원은 더욱 열악해진 것이다. 법대로라면 노숙인들 중에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폐암 진단을 받은 장 모 씨는 벧엘의집에서 생활한지도 1년이 넘는 확실한 노숙인이다. 법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노숙인시설에서 3개월 이상 유지되었고, 재산과 소득도 최저생계비 이하이다. 그러나 문제는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숙인 지원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건강보험이라도 있어야 진료를 받을 때 의료비가 적게 나오기에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폐암이 발견된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건강보험료 납부를 그만 두었다. 현재로 4개월째 체납되고 있으니 2개월 후면 노숙인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항암치료도 받아야 하고 수술도 해야 하는데 노숙인 의료급여는 있으나마나한 것이 돼 버렸다.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숙인 의료보호 수급자가 되어도 갈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자는 복지부장관이 지정한 노숙인 진료시설에서만 진료를 받으라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1차의료기관으로 보건소가 지정됐고, 2차의료기관으로 천안에 있는 천안의료원이 지정됐다.(다행히 지난 5월 대전시 담당자의 끈질긴 노력으로 대전선병원이 지정됨). 노숙인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돼도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만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했던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의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외래 진료시 본인부담금 부과 및 매월 일정액의 건강생활유지비 지원 ▲의료급여일수 상한일수 과다초과자에 대한 선택병·의원제 실시 ▲단순치료보조제인 파스의 비급여대상 전환 ▲의료급여증의 플라스틱 카드화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생략) 선택병·의원제도 역시 본인부담금 면제를 조건으로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1종 수급권자의 의료기관 이용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의료급여기관 선택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된다. 이처럼 당사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제도를 취약 계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에게 먼저 적용하는 것은 차별적 소지가 있다고 보여 집니다. …(생략)…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화해서 수급권자의 신상정보를 담고, 진료 전에 수급권자의 자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진료 사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시스템 구축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개인정보의 침해 가능성이 우려된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와 비교할 때 차별적인 측면도 있다고 보여 진다. 한편‘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 제12조는 건강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보건시설,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비차별적인 접근, 특히 취약집단이나 주변화 된 집단을 위해 비차별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규약 당사국의 최소핵심의무이고, 건강권의 필수적 요소인 접근성에는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접근성(부담가능성)이 포함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위에서 살펴본 의료급여 수급권자 대상의 본인부담금 부과, 선택병의원제의 도입, 파스류의 비급여화, 의료급여증의 플라스틱 카드화 등과 같은 조치는 사회권 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최소 핵심 의무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이므로 정부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생략)…라고 했다. 선택병·의원제가 인권 침해적, 차별적 요소가 있다면 노숙인 의료급여증에 노숙인 의료급여1종이라고 명기한 것이나, 진료기관 지정제는 선택병·의원제보다 더욱 인권 침해적,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급여증의 노숙이란 말과 지정병원제는 폐지돼야 한다.
복지부는 있으나마나한 노숙인 의료급여가 아닌 노숙인들이 맘 놓고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제도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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