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는 환경적 요인
각박한 사회가 만든 존재
단지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재미로 개구리를 찔러 죽였던 한 소년이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 소년의 잔인함은 더해갔다. 부모조차 그를 통제하기 어려웠다. 주변의 염려처럼 어른이 된 소년은 범죄자가 되진 않았다. 그는 부모의 영향력으로 명문대에 들어갔다. 졸업 후 비즈니스세계에 뛰어들은 뒤에는 능수능란한 거짓말과 술수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거침없이 실행시키는 등 마법과 같은 재능을 발휘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였고, 주변에 늘 멋진 모습으로만 비쳐졌다.
그러나 이 소년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양심이었다. 그에게 있어 성공과정은 단지 ‘이기기 위한 게임’이었을 뿐이다. 주변사람 모두 자신의 지배욕과 소유욕을 채우는데 이용할 들러리 정도로 여겼다.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는 이 소년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sociopath)로 봤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용인살인사건’의 피의자 심 모(19) 군.
피해자를 목졸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뒤 ‘나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SNS에 남겨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심 군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알려지면서 소시오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로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소시오패스는 다소 생소하다. 소시오패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15일 선병원이 제공한 의학정보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모두 반사회적인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이를 알면서도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시오패스는 반복적인 범법행위에 참여하거나 연루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나 걱정이 전혀 없으며 사회·가정적으로 맡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한다. 소시오패스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지만,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얻는 가학적인 사람도 있다.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소시오패스는 생물학·유전적 원인에 의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사이코패스와 다르게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 유년기시절 학대나 방임 등을 겪으면서 자신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과 타인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런 생각과 함께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공지향’을 우선시하는 사회분위기와 모든 것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지면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시오패스는 각박한 사회가 탄생시킨 어두운 존재라 할 수 있다. 최근 잇따르는 끔찍한 범죄를 계기로 이를 막기 위한 새로운 대처 방안이 과제로 떠올랐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