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여개의 평만지장도를 얻다.

남만땅은 비밀한 곳이었다. 아직은 세상에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땅이었다. 남만인들이 미개한 그대로 살고 있는 땅이었다. 그런 땅을 여개는 재산을 투입하여 평만지장도라는 이름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해두고 기다렸다는 듯 공명에게 내어 주었다.
‘남만사람 여개’
그는 놀라울 정도로 준비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빈틈없고 철저한 사람이었다.

공명은 여개로부터 받은 평만지장도를 통하여 남만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자 곧 대군을 휘동하여 남만의 변방으로 향했다. 수많은 군사와 군수물자를 실은 백대 이상의 차량이 날마다 백여 리 씩 행군했다.
‘덥고도 더운 열하의 나라’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날씨는 더욱 무더워졌다. 풍토병과 독충의 기세가 드높았다. 대군이 야영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전부대원은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라!’
공명은 개인위생을 강조했다. 적군 보다 풍토병과 독충이 무서운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으로 전진한다. 십자성이 빛나는 남쪽으로 전진한다.
공명의 부대는 쉬지 않고 남하를 계속하였다. 가면 갈수록 더욱더 험하고 어려운 고된행군이 계속되었다. 그런 고된 행군이 1천 리를 더 내려갔을 때 후주가 보낸 천사가 당도했다.

“뭐야, 천사가 왔다고...!”
공명이 의관을 정제하고 영접을 나가니 마속이 천사로 왔다. 평소 공명과 마속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헌데 마속이 흰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공명이 놀라워 묻기를
“공은 어인일로 상복을 입으셨소?”
“군중에 상복을 입고 온 것을 용서하십시오. 신이 어명을 받고 떠나기 직전에 가형 마량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 무슨 어명을 받들고 오셨소?”
“신이 받은 어명은 다름이 아니라 남만벽지를 원정하신 승상과 장병을 위문하라는 어명입니다. 천자께서는 많은 술과 고기를 보내시면서 승상과 장병을 위로하라하셨습니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공명은 황제가 내리신 위문품에 세 번 절하고 받았다. 위문품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충분했다. 장병들은 먹고 마시고 놀면서 황은에 감사하고 찬양했다. 공명도 마속을 상대로 술잔을 나누며 남만정벌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참으로 승상의 국가를 위한 크신 마음에 존경을 보냅니다.”
“그런 말 말고 남만평정에 대한 마공의 고견을 들려주오.”

“제가 감히 승상께 드릴 의견이 있겠습니까마는 남만은 워낙 무지한 곳이라 먼 훗날까지 오늘 하신 일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니 그게 무슨 뜻이오?”
“고래로부터 이곳은 힘에 눌리면 그때는 숙어지지만 이쪽에서 돌아서면 다시 배반하는 습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버릇 때문에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버려 둘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승상께서 하시면 반드시 성공하실 것입니다.”
“난들 신통한 방법이 따로 있겠소. 저들을 진심으로 덕화시키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할까요?”
“제가 알기로는 용병법에 마음을 얻은 것을 으뜸으로 치고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하책이라 했습니다. 바라 건데 승상께서는 무력으로 저들을 치지마시고 덕을 베풀어 심복케 하십시오.”

“과연 마공의 말이 맞은 말이오. 나도 그 방법을 써서 저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오.”
공명은 마속의 지혜를 높이 평가하고 당장 참군을 삼아 함께 행동하게 했다.
다음날부터 행군이 시작되었다. 5십만 대군이 무더위와 싸우면서 풍토병을 견디며 적진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남만은 워낙 먼 곳이라 더위며 병도 문제지만 군수물자의 공급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남만을 쳐 들어가는데 만약 이 전쟁이 실패로 끝난다면 촉한은 동오나 위나라의 먹이 감이 되고 말 것이다.

‘아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공명의 가슴을 짓누르는 중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무겁고 큰 것이었다.
‘이 나라의 운명이 여기 있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공명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촉한의 운명이 지금 공명과 5십만 대군에게 맡겨져 있었다. 지난날 선주가 이릉전쟁에서 75만 대군을 잃고도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공명의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 공명이 실패한다면 어린 후주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오와 위국의 처분만 바라보다가 그대로 난파선이 되고 말 것이다. 공명은 이런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기 만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선주를 생각하면서 혼자 중얼거리기를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황제폐하! 신 제갈양을 도와주십시오. 어떠한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이 원정이 성공이 되게 도와주소서. 황제폐하 한나라를 부흥 할 수 있도록 소신에게 힘을 주십시오. 지혜를 주십시오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지혜를 주십시오.’
공명은 선주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눈물을 흘리며 반드시 남만정벌을 승리하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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