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획과 첫 싸움(2)
공명이 요술을 부리듯 동도나와 아회남 두 적장을 잡아 모든 장수와 군사 앞에 세우자 크게 놀라워했다. 좌중의 모든 장수들이 혀를 내어 둘렀다. 공명은 두 적장의 결박을 풀어주고 술과 안주로 대접했다. 그리고 적장과 병사들을 위로하고 돌려보내 주며 말하기를
“너희들은 죽이지 않는다. 돌아가면 다시는 못 된 마음을 먹지 말고 정직하게 살도록 하라!”
타이르고 공명은 다시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여러분은 내 말을 잘 들어 두오. 내일 맹획은 친히 대군을 거느리고 공격해 올 것이오. 이제부터 맹획이 침공해 올 것을 대비해야 하오.”
한편 맹획은 삼동 원수가 공명에게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말하기를
“이제 내가 직접 나가서 원수를 갚으리라!”
맹수처럼 사납게 외치고 대군을 휘동하여 공명의 진을 향하여 나왔다. 맹획의 군사는 공명의 군사에 뒤지지 않은 정예병이다. 맹획의 군사와 제일 먼저 부딪힌 것은 왕평의 부대다. 왕평이 마상에서 칼을 뽑아 들고 나오며 외치기를
“만왕 맹획은 어디 있느냐? 어서 나와 칼을 받아라!”
“이놈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는구나. 나 맹획이 여기 있다.”
왕평의 말을 받아 곧 바로 맹획이 소리치며 맹수처럼 용감하게 튀어 나왔다. 그리고 칼을 높이 쳐들고 외치기를
“이 놈아! 너희들은 공명을 촉한의 큰 인물로 치지만 내 눈에는 한 마리 표범에 불과하다. 더구나 너 같은 쥐새끼들은 나와 상대할 바가 아니다. 여봐라! 망아장아! 네가 나가 저 놈을 무찔러 버려라!”
맹획의 말에 망아장이 번개처럼 달려 나왔다. 이에 촉군 장수 왕평이 튀어 나와 맞부딪쳤다. 그러나 망아장은 10여 합을 견디지 못하고 왕평의 칼 아래 쓰러지고 말았다. 맹획은 부하의 붉은 피를 보자 갑자기 우레 같은 큰 소리를 지르고 왕평을 취하려 달려 나왔다. 왕평은 3합을 겨루다가 거짓 패하여 달아났다.
“이 쥐새끼야! 어디로 달아나느냐?”
맹획이 바람을 일으키고 소리치며 맹렬히 왕평의 뒤를 쫓았다. 왕평은 계획된 대로 산골짜기로 맹획을 유인했다. 한참을 달아나 산골에 이르자 미리 매복해 있던 관색의 군사가 호통을 치며 일어나 맹획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때를 같이하여 좌에서는 장의가 우에서는 장익이 협공했다. 기습을 당한 맹획은 크게 당황하여 앞과 뒤를 가리지 아니하고, 빈 공간을 노려 달아나는데 하필 그 앞에서 북소리와 함께 산천을 뒤흔드는 함성이 일어났다.
“우와 와! 맹획이 놈을 생포하라!”
소리치면서 앞을 가로 막는 장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맹획이 놀라 말머리를 급하게 돌려 금대산 초로를 택하여 달아났다. 촉군은 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쫓았다. 맹획은 다시 초로를 버리고 산비탈로 기어올랐다. 그러나 촉군은 거기서도 기다리고 있었다.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촉병의 물결이고 깃발이다. 맹획은 이번에는 말을 버리고 바위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천길 단애를 원숭이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맹획의 몸은 비록 육중하나 왕중왕과 같은 단련된 몸이다. 그가 바위를 타는 모습은 실로 가관이었다. 어렵게 절벽을 기어올랐다. 그러나 맹획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이미 바위 정상에는 공명의 지시로 위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연은 죽기 살기로 겨우 바위 정상에 올라온 맹획을 밧줄을 던져 칭칭 감아 묶어 버렸다. 맹획은 어이없게도 위연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놈아!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다루느냐? 남의 나라를 함부로 쳐들어 온 도적놈아!”
맹획은 결박을 당하면서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소리 지르며 발버둥 쳤다. 그러나 맹획이 거칠게 나오면 나온 만큼 위연은 밧줄을 강하게 얽어매었다. 그리고 맹획을 수레에 실어 공명을 뵈려 본진으로 향했다. 공명은 맹획을 위연이 사로잡아올 것을 예측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소와 돼지를 잡아 잔치 준비를 하고 장중에 휘장을 치고 그 속에 창칼을 든 무사를 세우니, 그 엄숙하고 서늘하기가 마치 초겨울 삭풍이 부는 듯하였다. 그런 가운데 공명이 말하기를
“자, 잘 들어라! 미개한 저것들에게 기품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 줘라!”
공명은 정중앙에 마련한 대장 석에 단정히 앉아 후주가 하사한 금부은월과 푸른 일산을 갖추게 했다. 또 북과 나팔. 대소취타가 도열한 가운데 본부 군이 호위하게 했다. 그곳으로 남만의 포로병이 들어서자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니 휘장이 내려지고 가려졌던 무사들이 나타났다. 서릿발 같은 창칼을 든 무사들이 눈을 번들거리며 포로들을 쏘아 보는데 실로 그 위세가 엄청났다. 공명은 대장 석에 높이 앉아 앞을 내려다보니 남만병이 결박진 채 엎드려 있었다. 공명은 엄한 목소리로 명하기를
“남만병사들을 다 풀어 주어라! 저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예, 명을 받들겠나이다.”
무사들이 복창하고 남만병사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자 공명은 일장 연설을 하기를
“너희들은 모두 선량한 백성이다. 불행하게도 맹획과 같은 군주를 만나 오늘과 같이 고생을 겪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너희 부모형제와 처자들은 지금도 문밖에 서서 너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너희가 전쟁에 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창자를 쥐어짜며 울고 있을 것이다. 행여나 너희들 중 누군가가 죽지 않았을까? 근심해서 그럴 것이다. 나는 그런 너희 부모형제 처자의 슬픔을 잘 알기 때문에 너희들을 풀어 줄 것이다. 너희들은 이 음식을 달게 먹고 속히 돌아가서 다시는 전쟁에 나오지 말고 고향에서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라! 가족을 양육하고 부모님을 잘 봉양하라!”
공명은 회유하는 말을 마치자 포로들을 술과 밥을 충분히 주어 배불리 먹이고, 노자 돈과 약간의 식량을 주어 방면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