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만국 수도 은갱동 함락(1)
목록대왕의 맹수들이 포효하며 촉진을 향하여 덤벼들었다. 맹획과 목록은 오늘은 공명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기대를 가지고 맹수들의 뒤를 따랐다.
목록이 주문을 외우기를 마치고 외치기를
“나의 병사들아! 맹수들의 뒤를 따르라! 그리고 저 침략자 촉국의 병사들을 몰살을 시켜라! 침략자의 수괴 공명을 사로잡아라!”
목록이 촉진을 강타하려 할 때 무너질 줄 알았던 촉진이 강하게 저항했다. 바라보니 사륜거를 탄 공명이 손을 들어 백우선을 홱 비틀어 흔들자 촉진을 향하여 불던 바람이 순식간에 그 방향이 바뀌었다. 바람은 갑자기 힘을 얻어 윙윙윙 소리를 내며 목록의 맹수들을 덮칠 듯 거세어 졌다. 바로 그때 촉진에서 나타난 거대한 짐승들이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짐승들은 목록의 맹수들을 향하여 돌진하는 것이 아닌가. 목록의 맹수들은 이 짐승의 불길을 만나자 털에 화상을 입고 기겁을 해서 달아났다. 뒤를 따르던 목록의 수하들도 맹수가 무너지자 겁을 집어먹고 맹수들의 뒤를 따라 도망쳤다. 이 기회를 공명이 놓치겠는가. 곧 바로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공격 하라! 총공격 하라!”
이 명령은 천상에서 신장이 내리는 명령보다 더 큰 효과를 나타내었다. 공명의 대군은 노도와 같이 남만군을 엄습하여 사정없이 짓밟아 버렸다. 그 바람에 목록은 난군 중에서 어이없이 전사하고 말았다.
“돌격이다. 돌격!”
계속하여 내려지는 돌격명령에 촉군은 은갱동 까지 완전하게 점령해 버렸다.
공명이 은갱동에 입성하자 남만왕 맹획이 사람을 보내와 항복을 청했다. 사자는 공명 앞에 엎드려서 말하기를
“승상께 아룁니다. 남만왕 맹획의 처제 대래동주가 맹획의 부처에게 항복을 권했으나 듣지 않자 대래동주가 맹획 일족을 모두 사로잡아 승상께 보낸답니다.”
공명은 사자의 말을 듣고 흔쾌히 허락해 보냈다. 그리고 한 동안 백우선으로 몸의 열기를 식히는 흉내를 내더니 장의와 마충을 불러 비밀한 계교를 주었다. 두 장수는 공명의 계교를 받고 정병 2천을 거느리고 장문 앞 양편 낭하에 매복했다. 공명은 또 수문장을 불러 명하기를
“대래동주가 이끌고 온 맹획의 일족을 불러드려라!”
수문장과 그 수하들이 맹획의 일족 3백여 명을 장하에 꿇려 공명을 뵙게 하자 공명이 나타나 크게 명하기를
“무사들아! 저것들을 다 꽁꽁 묶어라!”
이에 매복해 있던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순식간에 은갱동 일족을 모두 묶어 버렸다. 그리고 공명이 결박된 맹획 등을 바라보며
“하하하. 맹획아! 이 쥐새끼 보다 못한 멍청아! 그런 얕은꾀로 나를 속이려 했더냐? 여섯 번을 잡힌 중에 두 번은 동족상잔에서 비롯되어서 용서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거짓 항복하여 나를 죽이려 하였으니 용서할 마음이 없구나. 은혜를 모르는 괘씸한 놈.”
공명은 그렇게 꾸짖고 수하 무사들에게 명하기를
“저것들의 몸을 철저히 뒤져라! 비수와 이도를 지녔을 것이다.”
무사들이 몸을 뒤지니 저마다 모두 애리하기 짝이 없는 비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공명이 맹획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맹획아! 너는 할 말이 없겠지. 전에 내가 은갱동에 가서 너를 붙잡으면 마음으로 항복한다 했다. 네 이제 진정으로 항복하겠느냐?”
“아니다. 오늘 우리가 온 것은 스스로 죽기를 원하여 온 것이다. 그대들이 우리를 실력으로 사로잡은 것이 절대로 아니다. 심복할 수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놈이구나! 핑계 없는 무덤이 이 세상에는 없다더니 너를 두고 하는 말 같구나! 도대체 너는 어찌된 인간이냐? 몇 번이나 잡혀야 심복한단 말이냐?”
공명이 어이가 없어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하자 맹획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하기를
“한번만 더 잡히면 심복하겠다. 어쩔 테냐?”
마치 맡긴 물건을 내어 놓으라는 듯 말하자 공명이 말하기를
“맹획아! 너는 본동마저 잃었다. 어디에 기댈 데가 있다고 그리 지껄이느냐?”
“그런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
“네 소원이 참으로 그러하단 말이냐?”
“진정이다. 하늘을 두고 맹세해도 좋다.”
“가라!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인줄 알아라!”
공명은 마지막 결심을 내리고 풀어주자 맹획이 그 일족을 데리고 뻔뻔하게 공명의 진중을 빠져 나갔다. 은갱동을 송두리째 빼앗긴 맹획은 그 일족과 함께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패잔병을 수습하니 태반이 없어지고 남은자도 성한 자가 몇 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