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획 일곱 번 사로잡히다.(2)

공명은 올돌골 병사들의 떼죽음을 바라보면서 연민의 정을 지울 수 없었다. 공명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대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여 황명에 충실한 인간 공명의 진면목이 엿보인 대목이다.
그때 후방에 남은 맹획은 올돌골과 등갑군이 타 죽은 줄도 모르고 승전보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비마가 와서 보고하기를

“대왕 기뻐하소서. 공명을 올돌골 대왕이 사로잡게 되었나이다. 어서 오시어 최후 승리를 보라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모시러 왔습니다.”
“아아! 얼마나 기다리던 소식이냐!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공명이 이제야 내게 무릎을 꿇게 되었구나!”

맹획은 호위무사에게 둘러싸여 급하게 반사곡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쁜 마음에 들떠서 반사곡으로 접근하자 검은 연기는 하늘을 뒤덮고 살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맹획은 비로소 속은 줄 알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를
‘앗차, 내가 또 공명에게 속았구나! 어찌할거나!’

장탄식을 하며 말 머리를 돌리려 하는데 호위 무사인줄 알고 따라온 자들이 창을 겨누고 돌아서며 외치기를
“맹가는 꼼짝 마라! 우리는 촉병이다. 너를 잡으러 왔다.”
외치고 좌편 숲에서 장의의 군사가 휘몰아 나오고 우편 숲에서는 마충의 군사가 나와 달아날 길을 철통같이 막아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맹획과 그 일족이 다 꽁꽁 묶이고 말았다. 정말 어이없다는 말을 이럴 때 쓴다면 적격일 것이다. 맹획이 천지분간을 못 차리고 어물쩍 하고 있을 때, 앞에서 풍경소리가 경쾌하게 울리면서 공명의 사륜거가 나타났다. 공명은 맹획이 결박된 모습을 보고 한바탕 웃고는
“맹획아! 너 또다시 사로잡혔구나!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

“... ...”
맹획의 입이 이번에는 떼어지지 않았다. 깨달음이 있는 모양이다. 맹획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한 동안 말이 없더니 결국 땅바닥에 퍽 쓰러져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하기 짝이 없게 하는 맹획의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이날 공명은 모든 장수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말하기를

“이번 반사곡 작전은 할 수없이 살상을 많이 했다. 이는 음덕을 크게 손상시키고만 일이다. 15회씩이나 후퇴하게 한 것은 저들을 반사곡으로 쓸어 넣기 위함이었다. 이번에 사용된 무기는 내가 남양초당에서 연구한 지뢰와 전차와 약선(藥線)을 실전에 써 본 것이다. 처음에 나도 등갑군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강군일지라도 약점은 있는 것이다. 등갑군은 물에는 강하나 불에는 약하다. 그래서 나는 불로써 저들을 섬멸시켰다.”

모든 장수들이 다 공명의 말에 감탄했다. 공명은 그런 말을 끝으로 밖에 엎드려 있는 맹획과 그 일족을 불렀다. 그리고 꾸짖어 말하기를
“맹획은 들어라! 너는 도대체 몇 번을 붙잡혀야 깨닫겠느냐? 참 상대 못할 인간이구나! 나는 저 사람을 보기도 싫다. 그냥 풀어주어라!”
그러자 맹획이 큰소리로 공명을 향하여 입을 열기를
“승상! 한 말씀만 들어 주시오. 맹획이 부탁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너 맹획을 풀어 주었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단 말이냐? 듣기 싫다. 치워라!”
그러자 맹획이 무릎걸음으로 공명의 탑전에 가까이 다가가 눈물로 호소하기를
“승상! 제가 죽일 놈입니다. 자고로 일곱 번을 잡아 일곱 번을 용서한 고사는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불학무식하기로 승상의 은공을 어찌 깨닫지 못하겠습니까? 깊이 깨달은 바가 있으니 버리지 마십시오.”
“그대가 이제는 진심으로 항복한단 말이냐?”

“승상께서는 우리 일족의 생명의 은인이신데 어찌 진심으로 승복치 않겠습니까.”
“승상! 이 여인도 하해와 같은 승상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곁에 있던 축융부인도 말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그의 동생 대래동주 시동생 맹우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 공명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은갱동 식솔들이 모두 이와 같으니 기쁘기 더할 나위 없다. 이제 맹획공을 남만왕에 봉하고 빼앗은 모든 땅을 돌려줄 테다. 백성을 사랑하고 왕화의 덕을 온 천하에 미치게 하라!”
공명의 관대한 처분에 맹획 등 일가는 모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훗날 시인이 이 일을 시로 지어 전하니 다음과 같다.
‘푸른 기가 옹위한 윤건과 백우선이여./ 칠종칠금으로 만왕을 제어했다./ 지금도 계동에는 그 위덕이 전해져서/ 높은 언덕 위에 사당을 모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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