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에 제사를 지내다.(1)
남만의 논공행상이 모두 이루어지고 시급한 일이 매듭지어 지자 장사 비위가 공명에게 간하기를
“승상께서는 악전고투(惡戰苦鬪)하여 친히 남만을 평정했는데 어찌 감독관 한 사람 두지 않고 모든 권한을 맹획에게 다 주십니까? 전권을 맹획에게 주었으니 후환이 다시 있을까 두렵습니다.”
“잘 말했소. 허나 내가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감독관을 남겨두면 세 가지 폐단이 생길 것 같았소. 첫째 감독관이 오히려 왕화의 덕을 그르치기 쉽소. 둘째 감독관이 권세를 믿고 사리사욕을 취하는 것이요. 마지막으로 외방인이 이곳에 머무르면 파당을 짓게 되는 폐단이 생길 것이오. 그러면 인화를 해치게 될 것이니 그래서 남만인들 끼리 화합하여 살도록 꾸며주는 것이 이상적인 정치라 생각하여 그리한 것이오.”
모든 무리가 공명의 말을 듣고 탄복하였다. 더구나 남만인들은 공명의 자비에 감탄하여 공명을 그날 이후부터 부르기를 ‘자부승상(慈父丞相)’ ‘대부공명(大父孔明)’ 이라 칭하여 불렀다.
때가 되어 공명이 귀국한다 하자 저마다 금주, 진보, 단칠, 약재 등을 가져와 바쳤다. 그리고 그들은 공명의 사당을 지어 살아 있는 공명을 계절 제사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공명은 생전에 남만인에게 일 년에 네 차례의 제사를 받아먹은 실존 인물이 되었다.
공명은 귀국 준비를 서둘렀다. 정치 군사적으로도 너무 오래 성도를 떠나있었다. 이역만리에서 전쟁으로 오래 동안 시달린 장병들도 고국이 그리웠다. 그러나 남만국에 왕화라는 대업을 이루고 귀국하니 기쁨은 충만하고 그리움으로 가슴이 찡했다. 위연을 선봉장으로 좌우군이 공명의 사륜거를 호위하고 위풍당당하고 장엄하게 귀국길에 올랐다. 맹획을 위시한 남만의 신려들 곧 동주와 추장들이 모두 나와 석별을 아쉬워하며 전송했다. 특히 맹획은 친군을 거느리고 공명의 가는 길을 따라나섰다.
공명의 대군이 노수에 이르렀다. 청명하던 날씨가 갑자기 변하여 스산한 바람이 불고 검은 구름이 모여 들었다. 공명이 곁에 있는 맹획에게 묻기를
“하늘이 징조가 순탄치 못하고 노수의 물결이 일렁이니 어인 일인고?”
“이 강에는 워낙 미친 귀신이 많아서 종잡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럼 어찌해야 하오?”
“누구든 이 강을 건널 때는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어떤 제물을 써야 하오?”
“지금까지는 인두 49과와 검정소와 흰색 양으로 제사를 지내 물결을 달래었습니다.”
공명은 맹획의 말에 제사를 드리는 것은 동의했으나, 산 사람을 제물로 하는 것은 잘못이라 판단하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공명은 노수 앞에서 대군을 멈추었다. 강물이 파도를 일으켜 갈 길을 붙잡았다. 이를 맹획은 귀신의 조화라 했다. 그래서 관습적으로 이 강을 건널 때는 귀신을 달래기 위해 인간의 목숨을 49개를 앗아야 했다.
공명은 맹획의 말에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중얼거리기를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베어 제사를 지냈단 말이지. 어찌 귀신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시킨단 말인가. 이런 폐단은 고쳐져야 한다.’
공명이 이 일로 고심하고 있을 때 곁에 있던 원주민이 말하기를
“승상께서 이곳을 지나가신 후로 예전보다 더욱더 귀신이 발동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밤마다 귀신이 울어 대고 물결이 몹시 사나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이 강을 건너지 못합니다.”
“이는 모두가 나의 죄로다. 지난 번 이 강을 건널 때, 나의 장수 마대는 그의 부하 천여 명을 거느리고 와서 거의 죽었다. 그리고 나는 또 남만 병사들을 무수히 죽여 이 강물에 던져 버렸다. 이 원통한 귀신들과 미친 혼이 여기에서 한이 맺히어 풀리지 않으니, 이와 같은 음귀가 된 것이다. 오늘 밤 내가 친히 제사를 지내주리라.”
공명이 그같이 말하고 제사를 지내어 귀신과 미친 혼을 달랜다 하자 원주민이 말하기를
“좋은 생각이십니다. 사람의 머리 49개를 강물에 던져서 제사 지내는 것이 전해오는 관습입니다. 공명승상께서 관습에 따라 제사를 지내준다면 원귀들이 자연히 흩어질 것입니다.”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다. 내가 좋으라고 귀신을 위로하며 또 다른 원귀를 만드는 것은 죄의 악순환이다. 내가 따로 생각한 바가 있으니 모두 내게 맡기라!”
공명은 그리 말하고 요리사를 불러 밀가루로 사람의 머리 49개를 만들어 제물로 바치게 했다. 그때 밀가루로 만든 사람의 모양이 만두(饅頭)라 불렀으니 그것이 오늘날 만두의 시초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