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하르당에르> 묵직한 초록빛 장벽 숨도 시선도 멎는다
  • 하수철
  • 승인 2013.10.2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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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깊은 피요르드와 높은 산의 산악지대가 많다. 폭포와 급류, 풍부한 수량으로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 공급이 풍부하다. 그렇지만 길을 쉽게 낼 수 없어 이동할 때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터널을 많이 개통했다. 제일 긴 터널은 24.5km인 라르달 터널이다. 1995년 착수해서 2000년에 개통되었다. 터널 잘 뚫는 나라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가 알려져 있는데, 노르웨이도 이들 나라 못지않게 터널 뚫는 기술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터널을 만들 때 심리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길을 단순히 일직선으로 하지 않고 곡선으로 만들었으며, 조명의 색을 적절히 조절하여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자 했다고 한다. 터널 중간에는 휴게 공간도 있고 되돌아 나갈 수 있는 공간도 여러 곳 만들어 두었다.
노르웨이 북부와 스웨덴, 핀란드 북부, 러시아 콜라 반도에 걸쳐 사는 3만여 명 정도의 소수 민족으로 사미(Sami)족이 있다. 주로 순록을 사육하고, 수렵과 어로도 하는데 라프(Lapp) 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사능이 멀리 스칸디나비아까지 영향을 미쳐 순록 사육을 위한 목초지를 오염 시켰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한국의 바로 옆 나라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는 체르노빌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그런데 그때보다 한참 전에는 더 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부터 조상대대로 살고 있던 사미 족은 어느 날 이들이 살던 지역의 국가 정부가 그들이 살았던 땅에 대한 증거 문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문서화된 땅문서가 없으면 그것은 정부의 땅이라는 논리를 폈으니 이들은 자기가 살던 땅을 잃었으리라. 힘없는 소수민족의 운명이란 이런 결론으로 이어지는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베르겐 동쪽 보스(Voss)를 지나 남동쪽으로 가면 높이 1000m에서 1700m에 달하는 고원으로 툰드라지대인 하르당에르 고원(Hardangervidda)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을 가려면 하르당에르 피요르드를 건너야 한다. 이 피요르드는 길이 17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송네(Sogne) 피요르드(204km) 다음으로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길다.
사미 족이 하르당에르 고원의 툰드라 지대와 같은 곳에서 활동을 했을 것으로 상상만 해 본다. 

하르당에르 고원에 있는 뵈링 폭포(Vøringsfossen). 낙차 182m의 높이에서 직접 물이 떨어지는 길이가 145m에 이른다. 꼭대기에 있는 건물이 호텔로 여름 한 철에만 열고 하루 숙박비가 500유로 정도 한다는데도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마감된다고 한다.

 

유럽 최대의 야생 순록 서식지라고 하는데 순록은 볼 수 없었고 매몰찬 바람만 고원의 툰드라 지대에 불어댔다. 사미 족이 이런 곳에서 살았을까?

  

베르겐에서 보스(Voss)를 지나 하르당에르 피요르드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에이드 피요르드(Eidfjord)를 가로질러 놓여있는 1380m의 하르당에르 다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건설하였는데 주민들 이외에는 통행료가 무척 비싸다고 한다. 통행료가 비싸다면 카페리로 건너도 되겠다.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니 경관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비가 내리다 그친 후의 하늘과 다리, 피요르드의 경치가 몽환적으로 산수화처럼 느껴진다. 사진 속에서는 느낄 수 없지만 배 위에서 맞는 바람은 엄청나게 세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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