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출사표(2)

공명의 의지는 강했다. 출사표가 말하듯이 반드시 선주와의 약속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확고하고 부동했다. 그래서 반드시 중원을 회복하여 한나라의 사직을 다시 촉으로 하여금 이어가게 하겠다고 그 정당성을 말한 것이다. 공명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폐하! 지금 우리나라에는 내고지우(內顧之憂)가 없으니 이때에 도적의 무리를 쳐야 하는 것입니다. 나라의 장래가 이 일에 달려 있사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공명이 여기까지 말하자 태사 초주가 나와서 아뢰기를
“신이 밤에 천상을 살펴보니 북방에 왕기가 어느 때 보다 왕성합니다. 별빛이 다른 때 보다 배나 밝아서 찬란합니다. 이런 때 중원을 정벌하는 일은 득이 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승상께서는 어느 누구보다 천문에 밝으시면서 어찌 자충수를 두시려 하십니까?”
“충고 고맙습니다. 허나 천도는 반드시 고정불변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일단 한중으로 군사를 밀고 들어갔다가 적정을 살피어 임기응변으로 처세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공명의 의지는 굳건했다. 후주는 그런 공명의 마음을 읽고 말하기를
“상부께서 뜻을 그와 같이 굳혔으니 어이 막겠소. 모든 일을 원한대로 하시오.”
후주의 윤허가 있자 공명은 우선 인사를 단행하고 군사를 일으켜 북벌의 장도에 올랐다.
곽유지. 비위. 등윤 등으로 궁중 일을 총섭하게 하고 향총을 대장군을 삼아 황제를 호위하여 어림군을 총독케 했다. 진진을 시중에 장완을 참군에 장예를 장사를 삼아 승상부 일을 장악하게 했다. 두경을 간의대부에. 두미. 양홍에게 상서를 맹광. 내민을 제주를 윤묵. 이선을 박사에 극정. 비시를 비서의 임무를 맡기고 초주를 태사로 삼은 후에 문무관료 1백여 인에게 촉나라 국사를 맡겼다.

공명은 조칙을 받고 승상부로 돌아와 모든 장수를 불러 부서를 정하여 명을 내렸다.
전부도독은 진북장군 영승상사마 양주자사 도정후 위연에게 맡기고, 전도독은 영부풍태수 장익. 아문장비장 왕평이 맡고, 후군은 영병사 안한장군 영건녕태수 이회가 지휘하고, 부장은 정원장군 영한중태수 여의, 겸 운량좌군은 영병사 평북장군 진창후 마대가, 부장은 비위장군 요화를, 우군은 영병사 분위장군 박양정후 마충과 진무장군 관내후 장의가, 행중군사는 거기장군 도향후 유명, 중감군은 양무장군 등지, 중참군은 안원장군 마속, 전장군은 도정후 원침, 좌장군은 고양후 오의, 우장군은 현도후 공상, 후장군은 안락후 오반, 영장사는 유군장군 양의, 전장군은 정남장군 유파, 전호군은 편장 허윤, 좌호군 독신중랑장 정함, 우호군 편장군 유민, 우호군 전군중랑장 군웅, 행참군 소무중랑장 호제, 행참군 부장 간의장군 염안, 행참군 비장 두의, 무략중랑장 두기, 유군도위 성돈, 종사 무략중랑장 번기, 전군서기 번건, 승상영사 동궐, 장전좌호위사 관흥, 우호위사 호익장군 장포에게 맡겼다.

평북대도독승상무향후영익주목지내외사 제갈양은 위국대정벌에 앞서 북정하는 부서를 정하고 군용을 갖추었다.
이같이 중원정벌의 분발이 정해지자 공명은 이엄에게 격문을 보내어 천구를 엄하게 지켜 동오의 준동을 막으라 했다. 그리고 날짜를 골라 삼군이 북으로 진군하니 건흥 5년 봄 3월 병인일이다. 그러나 이 인사명령을 보고 한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은 장군이 생각날 것이다. 이는 상산 사람 조자룡이다.
자룡은 인사명령이 발표되자 크게 노여워하며 승상부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이미 대군이 북을 치며 출동하려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공명 승상 앞에 나아가 항의하기를

“승상! 이게 웬 인사명령이오? 어찌 이리 무정하게 소리 소문도 없이 출정을 하시오? 소장이 비록 늙었다 하나 아직 창을 휘두르는데 자신이 있거늘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소장을 빼고 출정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노여워마시오. 내가 남만정벌 때 노장 마원을 데리고 갔다가 마장군이 전선에서 병으로 하세하니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또 그 무렵 오호대장 마초장군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마치 한 팔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제 장군께서는 연치 높으시니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전선에 나가시어 병이라도 얻으면 일세의 영명이 헛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군과 같은 불세출의 맹장이 일선에서 잘못되시면 군사의 사기에 영향이 크게 미칩니다. 그래서 장군을 아끼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배려한 것입니다. 하오니 부디 후방에 머물러 계시기 바랍니다.”

“승상은 어찌 소장의 마음을 생각지 아니하시고 그리 정하시었소? 내가 선제를 따른 후 싸움에 물러선 일이 없고 선봉을 빼앗긴 일이 없었습니다. 사내대장부가 싸움터에서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이번에도 소장을 선봉을 삼아 주소서.”
“장군! 이번 북정만은 내 뜻을 헤아려 후방에서 쉬어주시기 바라오.”
“아니오. 장수된 자가 전시에 후방에서 쉬고 있다면 이것은 송장이지 산 사람이라 하겠소. 소장은 죽어도 좋으니 반드시 출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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