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 무능한 하후무(1)
하후무 부마가 대도독의 명을 받고 장안을 향하여 관서제로의 대군을 몰고 나올 무렵 공명은 대군을 거느리고 면양땅에 당도하여 마초의 무덤을 찾았다. 마대가 상복을 입고 묘 앞에 엎드리자 공명이 제문을 지어 읽었다. 제사를 엄숙하게 지내고 영문으로 돌아와 적병을 깨뜨릴 의논을 할 때 세작이 달려와 보고하기를
“위국 하후무 부마가 관서제로의 군마를 거느리고 싸우러 옵니다.”
“제장들은 들었소. 조조의 부마였던 하후무가 우리를 대항하러 오고 있소. 어찌하면 좋겠소?”
공명이 이같이 묻자 장하에 있던 위연이 앞으로 나서며 계책을 말하기를
“하후무는 귀동자로 자란 아이로 나약하고 무모합니다. 제게 정병 5천기를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장안을 쑥밭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어떻게 장안을 칠 것인지 말해 보오.”
“포중에서 진령을 넘어 동쪽으로 나가 자오곡으로 돌아서 북쪽으로 쳐들어가면 열흘 안에 장안에 당도할 것입니다. 그래서 장안에 있는 적의 군량을 태워버리겠습니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해 보오.”
“하후무는 위연이 쳐들어와 군량을 불태웠다는 소문을 들으면 필시 성을 버리고 달아날 것입니다. 그때에 나는 동편에서 치고 나가겠습니다. 승상께서는 사곡에서 대군을 몰아 나오십시오. 그리하여 함양과 이서를 점령하시면 하후무는 패하고 말 것입니다.”
“하하하. 그것은 만전의 계책이 못되오.”
“승상! 어째서 그렇다고 단정하십니까?”
“만일 적에게 지혜 있는 자가 있다면 자오곡에도 군사를 둘 것이니, 그리되면 5천 군사는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하오나 정면대결을 벌이면 우리의 손실이 막대하지 않겠습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이 클 것이오. 그러나 농서의 평탄대로로 진군하여 정공법을 취한다면 승리가 확실할 것이오.”
위연은 모처럼 계책을 내었으나 채택되지 아니하자 투덜거리며 물러가고, 공명은 자신이 세운 계책을 고집했다. 그리고 선봉대장 자룡에게 사람을 보내 앞으로 전진하라 알렸다. 하지만 공명의 이런 전략은 위국으로써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하후무는 공명이 지략에 능함을 알기 때문에 정공법을 쓰지 않을 것으로 믿고 군사를 각처에 분산 배치했다.
사실 공명은 하후무의 생각을 뒤집어 정공법을 쓴 것이다. 그러나 하후무는 공명의 수준 높은 전략을 알 수 없었기에 군사들을 분산 배치하고 나서 서량대장 한덕을 불러 명하기를
“장군이 선봉이 되어 서강군을 이끌고 봉명산으로 가서 적과 싸워보오. 이 싸움이 앞으로 우리군의 사기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니 반드시 이겨야 하오.”
하후무는 서량군이 워낙 용맹하므로 믿고 그리 말했다. 그런데다가 한덕은 개산대부를 잘 쓰는 명수로 이름이 나있었다. 또 그에게는 범 같은 아들 사형제가 참전했으니 장자는 한영, 차자는 한요, 셋째는 한경이고, 막내가 한기다. 한덕 5부자가 8만 정병을 거느리고 촉군과 싸우러 나갔다.
하후무가 서량군을 선봉을 삼은 것은 자신의 군사를 아끼고 서량군을 희생시키려는 얕은 계책에서였다. 그러나 그런 내막을 모르는 한덕 5부자는 용감하게 전선으로 나갔다. 봉명산에 당도하니 천하맹장 조자룡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덕이 네 아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외치기를
“이놈 자룡아! 너희 반적이 어찌 우리의 국경을 범하느냐?”
자룡은 한덕의 말에 응답도 없이 나는 듯 달려 나가 한영을 한 칼에 베어 버렸다. 순식간의 일이다. 그러자 한요가 크게 분개하여 자룡을 맞아 싸웠다. 그러나 채 삼합을 채우지 못하고 자룡의 칼에 목이 떨어졌다. 그러자 한경과 한기가 방천극과 일월도를 휘두르며 자룡에게 협공했다. 젊은 그들은 무예가 대단하였다. 그러나 자룡에게는 미치지 못하여 먼저 한경이 칼을 맞고 쓰러지고 막내 한기는 자룡의 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아들 넷을 한 자리에서 동시에 잃은 한덕은 크게 놀라 장안으로 달아났다. 부장 등지가 자룡의 활약하는 광경을 보고 축하드리기를
“장군께서는 칠십이 넘으셨는데 어찌 그리 용맹하십니까?”
“하하하. 승상께서 내가 늙었다고 써 주시지 않기에 분발한 것이라오.”
등지는 자룡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승전보를 포로로 잡은 한기와 함께 공명에게 올렸다.
한편 한덕은 아들 넷을 동시에 잃고 본진으로 돌아와 울면서 하후무에게 패전을 알렸다. 그러자 하후무는 스스로 대군을 거느리고 자룡과 싸우겠다고 일선으로 나왔다. 탐마가 날래게 하후무가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온다고 자룡에게 알렸다. 자룡은 곧 말에 올라 창을 비껴 잡고 군마를 거느리고 봉명산 앞으로 힘차게 나가 진을 쳤다. 하후무는 황금투구 쓰고 백마를 타고 손에 큰 칼을 들고 문기 아래서 촉진을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