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 무능한 하후무(3)
자룡이 하후무가 이끄는 위국병사들 속에 갇히어 활로를 얻지 못하고 낙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동쪽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위국병사들이 낙엽처럼 흩어졌다. 자룡이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한 무리군마가 밀물처럼 몰려왔다. 청년장수가 장팔점강창을 비껴들고 말목에 수급 하나를 달고 위풍당당하게 달려왔다. 그는 장비의 아들 장포였다. 자룡은 너무나도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는데 청년장수는 마상에서 절을 하며 말하기를
“승상께서 노장군을 염려하여 5천 병마를 주시기에 접응했나이다. 와서 보니 노장군께서 곤란한 지경에 계시었습니다. 적진을 뚫고 싸우다가 설측이 길을 막아서 목을 베었습니다.”
자룡은 크게 기뻐하며 장포와 함께 서북쪽을 뚫고 달아나려 하는데 갑자기 위병들이 창칼을 버리고 달아났다. 자세히 바라보니 한 무리군마가 고함치며 위병을 시살하였다.
잠시 후 병사들의 함성과 함께 청년장수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바른손에 청룡도를 잡고 왼손에 수급을 들고 있었다. 청년장수는 운장의 아들 관흥이었다. 그는 말 위에서 자룡을 향하여 군례를 드리고 말하기를
“승상의 명령을 받들고 왔습니다. 노장군께서 행여나 곤욕을 당하시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5천 병마를 이끌고 왔습니다. 적진 가운데서 위장 동의를 만나 그 목을 베었습니다. 승상께서는 바로 뒤를 따라오십니다.”
자룡이 관흥의 설명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지며 대답하기를
“두 장군은 참으로 훌륭하오. 오늘 큰 공을 세웠지만 다시 분발하여 하후무를 사로잡아 대사를 결정지읍시다.”
“옳으신 분부이십니다. 이제 장군을 구했으니 하후무를 생포하러 가겠습니다.”
관흥이 그리 말하고 말을 몰고 나아가자 장포도 5천병마를 거느리고 곧장 관흥의 뒤를 따라갔다. 자룡은 좌우의 장졸에게 탄식하여 말하기를
“저 둘은 내 조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국가를 위하여 공을 다투는데 나는 나라의 상장이요 조정의 대신으로 젊은이들만 못해서야 되겠느냐? 나는 단연코 늙은 목숨을 내어 놓고 선제의 은혜에 보답하겠다.”
자룡은 말을 마치자 적진을 향하여 말을 달렸다.
이날 밤 장포, 관흥, 자룡 세 장수의 3로 군마가 힘을 합하여 위진으로 쳐들어가자 위병들은 대패했다. 그런 가운데 위군에게 쫓기던 등지의 군대가 다시 위군을 쫓는 형국으로 변하여 합세하니, 더욱 촉병은 힘을 얻었다. 잠간 동안에 형세가 뒤바뀌어 위병은 발붙일 곳이 없게 몰리게 되었다. 하후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대도독이라 하지만 나이가 어리고 전쟁에 대한 경험이 없는 까닭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데 촉병은 그 기세가 하늘도 무너뜨릴 만하였다. 자룡이 지옥에서 살아나니 한층 더 촉병의 사기는 살아났다. 자룡 자신도 이때에 나라를 위하여 마지막 충성을 다 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승기를 놓쳐서는 안 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자룡의 우렁찬 명령이 산천을 흔들었다.
하후무는 자룡의 엄포에 간담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살아야 한다. 달아나야 산다.”
하후무가 살기를 작정하고 무대책으로 달아나자 무장지졸이 된 위국병사들은 살아 있어도 산목숨이 아니었다. 지휘계통을 잃으니 병사들은 강둑 무너지듯 산산이 무너져 조각나고 말았다. 산과 들에는 온통 위병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흘린 피로 냇물을 이루었다.
하후무는 너무 크게 겁을 먹은 나머지 장하의 효장들만 거느리고 모든 군사와 군수품을 버린 채, 멀리 남안군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성안으로 들어가 성문을 굳게 닫고 싸우지 아니했다. 하후무는 전쟁이란 괴물이 이렇게 무섭고 잔인하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 이론과 실제가 이토록 다르다는 것을 실감나게 공부했다.
촉군은 4로 군이 하나가 되었다. 관흥, 장포, 등지, 자룡의 4로 군마는 남안성을 에워싸고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남안성은 열흘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럴 때 공명이 나타났다. 공명은 좌군은 양평에 우군은 면양에 남겨두고 중군만 거느리고 남안성을 찾아온 것이다. 공명이 네 장수와 더불어 그 동안 전황을 이야기하고 나서 말하기를
“내가 와서 살펴보니 남안성은 난공불락의 견고한 성이오. 이 성 하나를 놓고 많은 군사가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오. 만약 적이 우리 후방을 찔러 전후방에서 협공하면 어찌 되겠소. 지금 곧 성을 공격하던 것을 중지하시오.”
그러자 곁에 있던 등지가 말하기를
“하후무는 위나라 부마라 그를 사로잡으면 백장을 무너뜨리는 것 보다 더 큰 효과가 있습니다. 어찌하여 공격하는 일을 중지하라 하십니까?”
“그래요. 그 말이 옳긴 해요. 하지만 우리 편의 희생도 생각해야지요. 나는 그런 점을 생각하고 있으니 모든 계획을 내게 맡기시오.”
공명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품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