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기계 1대로 시작

5년만에 부도로 역경

정도경영 발판삼아 재기

기계설비 명가로 우뚝

수출 등 연매출 수십억

‘오뚝이’ 갑오년(甲午年) 새해 들어 인생 2막을 그려나가고 있는 안길찬(54) ㈜에프엠산업 대표를 마주칠 때마다 받는 인상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역정이 이뚝이와 맞아 떨어진다.

대덕산업단지에서 기계설비종합컨설팅기업 에프엠산업을 경영하고 있는 안 대표는 지난 1990년 창업 후 5년 만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선 CEO이다.

정초 그의 집무실에서 차 한 잔을 나누는 동안 연매출 수십억 원을 일구기까지의 겪었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듯 보였다.

충북 옥천 출신인 안 대표는 정도(正道)를 걸어야한다는 경영철학을 모태로 지난 1990년 ‘정도산업’을 창업했다. 동구 효동에 기계 1대를 설치해 놓고 시작했으나 그야말로 1인 창업이었다.

지금의 FM(에프엠)산업도 같은 취지의 회사명이다.
그러나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창업 5년후인 1995년 몸소 체험했다.

안 대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하는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식구들은 월세 단칸방에 살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제가 없으니 동생이 이사를 도와줄 정도로 비참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행(?)하려한 그였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를 결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버지의 교훈 ‘한우물을 파라’ 를 되새겨 이뚝이처럼 벌떡 일어섰다.

안 대표는 “한 대기업 협력사 직원이 일감을 주었고,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몇 년만에 부도 당시 진 빚을 전부 갚았다”고 털어놨다.

지금의 에프엠산업은 각종 산업기계 설계에서부터 제작, 설치, 사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일괄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고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도 하고 있다.

기계산업은 공작기계를 주로 사용해 깨고 쪼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의 손에는 늘 굳은 살이 박혀 있다. 기계업은 생각보다 정밀한 것이어서 매우 꼼꼼해야 한다. 그런 일을 30년 이상 하면서 작업 도중 다친 데도 많지만 기자와 차를 나눌때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다.

안 대표는 늘 ‘바르게 살자’를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말고 정도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나 혼자 돈을 벌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안 대표는 “정도로 가야 한다는 말에는 정도껏 살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나름 의미를 부여했다.
상생 또한 그가 강조하는 경영철학. 경영대학원 수료 논문을 통해 상생경영론을 펴기도 했다.

기계업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통해 상생과 정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면서 새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려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다.

박길수 기자 bluesk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