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일하자' 의미 풍속

마음가짐 새롭게 하라는 교훈

설(31일)은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다. 선조들은 설 바로 전날(섣달그믐)부터 몸가짐을 조심하면서 새해 아침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다양한 세시풍속이 전해진다. 대표적인 풍속으로 수세(守歲)가 있다.

수세는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등불을 켠 채 지키면서’(守) ‘새해’(歲)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만약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속신(俗信)에 따라 각자 마음가짐을 다지거나 가족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밤을 새웠다.

이날 밤만큼은 잠을 자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한 손님이 올 때 마중 나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관습으로 전해진다. 누군가 잠이 들면 그의 눈썹에 떡가루를 하얗게 칠해 눈썹 색깔이 변했다고 놀리곤 했다. 비슷한 이야기로 ‘섣달 그믐날 밤에 자면 굼벵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정월 초하루에는 야광귀(夜光鬼)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속설도 있다.

야광귀는 이날 사람이 사는 집에 몰래 내려와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이다. 여러 신발을 신어보고 자기 발에 꼭 맞는 것을 신고 달아나 버린다고 한다. 선조들은 야광귀가 신발을 가져가면 잃어버린 사람에게 일 년 동안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신을 감춰둔 뒤 ‘체’를 마루 벽이나 장대에 걸어 뒀다고 한다. 벽에 체를 걸어두면 야광귀가 체에 뚫린 구멍을 세다가 새벽닭이 울면 신발 훔쳐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서둘러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설날 금기 풍속으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나 여성과 관련된 것도 많다.
집안의 곡식을 밖으로 내면 한 해 동안 재물이 샌다고 해 조심했고, 부엌의 재를 치우면 불(火)로 상징되는 밝은 기운이 사라진다고 믿어 그 날만큼은 재를 치우지 않았다.

또 여성은 설에 남의 집에 가지 말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지 않았다.
여성을 낮춰본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서 비롯된 속신으로 남의 집 입장에서 여성은 설날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생각했다. 바느질은 수선(낡은 물건을 손보아 고침)의 이미지가 있어 궁핍한 살림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피했다. 설날에 바느질하면 생인손을 앓거나 손에 가시가 든다는 말은 궁핍해지는 것에 대한 염려를 에둘러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에 대한 금기도 있었다.
설날에 ‘상가(喪家)에 다녀온 남자’나 ‘개고기를 먹은 남자’는 부정이 들었다고 생각해 남의 집에 출입하는 것을 꺼렸다. 상가는 죽음의 전염을 상징하고, 개고기는 불교문화가 민속신앙에 스며들어 반영된 속신이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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