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후원금 모금이 목적

규모 큰 행사 억대 '수입'도

'출판' 본연의 취지 아쉬워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도 아니건만 지난해 말에도, 갑오년 새해에도 정치인들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출판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독서의 계절이라면 문인들의 책이 전국 곳곳의 서점과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작가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지겠지만 책 판매가 주를 이루는 곳은 인터넷 쇼핑몰도 아니고 서점도 아니다.

책이 판매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호텔과 웨딩홀, 캠퍼스 등이다. 우리의 시장님, 도지사님, 구청장님, 지방의원님들이 민선 6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이제 출판기념회는 선거를 앞두고 당연히 치러야 하는 요식행위이자 통과의례가 돼버렸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도 아니건만.

오히려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는 출마예상자들이 주목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대전의 모 기초단체장은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출판기념회를 하면 내 주변의 사람들이 와서 책을 구입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민폐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출판된 책의 대부분은 ‘자기 자랑’으로 구성돼 있다.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과 소신, 정치적인 목적 등 순수한 의도로 책을 출판한 예정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기념회에서 출마예정자들은 자신을 알릴 수있는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지지세 확산과 세 확장, 후원금 모금이라는 선거와는 뗄레야 뗄 수 없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출판기념회가 관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출마예정자들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법적인 선거를 위한 모금 운동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판기념회에 앞서 책을 구입하는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책의 정가를 주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값을 포함해 후원조로 개인당 5만∼10만 원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고, 50만∼100만 원, 많게는 수백 만 원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참석자들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출마예정자에게 참석했다는 눈도장을 받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자리하는 것이지, 별다는 이유는 없다. 구입한 책을 꼼꼼히 읽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다. 속칭 ‘줄을 서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적게는 몇 백 권에서 많게는 몇 천 권까지 판매되는 만큼 출판기념회가 끝나면 ‘지폐 계수기’가 동원될 정도로 후원금이 쏠쏠하게 모인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개최된 잇따른 출판기념회 중 모 광역단체장 후보의 연 행사에선 억대의 수입을 올렸다는 후문이 나돌기도 했다.

출판기념회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후원금 모금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저작물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베푸는 모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야야 할 것이다.

유상영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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