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맹장 장합이 죽다.②

사마의는 공명의 뒤를 쫓겠다는 장합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래서 장합에게 다짐을 두었다.
“장장군! 장군이 꼭 간다하여 만류치 못 하오만 후회는 하지 마시오.”
“대장부 세상에 나와 몸을 던져 보국하는데 오늘 죽은들 무슨 여한이 있겠소.”
“장군이 이같이 고집을 부리니 5천군마를 줄 테니 먼저 가시오. 위평에게 2만 군사를 주어 장군의 뒤를 따르게 하여 적의 매복한 군사를 막아 주겠소. 나는 3천 군사로 뒤를 받치리다.”

장합은 5천군마를 거느리고 말을 달려 촉병의 뒤를 쫓았다. 3십 리 쯤 갔을 때다. 갑자기 등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나며 숲 속에서 한 무리군마가 쏟아져 나왔다. 앞선 대장은 위연이다. 칼을 비껴들고 말을 멈추고 외치기를
“장합아! 어디로 가느냐? 나와 한판 겨뤄보자.”
“이런 거지같은 위연아! 말만 앞세우지 말고 한판 겨뤄보자.”

둘이 서로 한 마디씩하고 달려들어 맞부딪쳤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현란한 무예를 가진 두 장수다. 그런데 교봉한지 10여 합에 위연이 패한 척하고 달아났다. 장합이 신명이 나서 위연을 쫓은 것이 3십 리를 쫓았다. 쫓아가며 앞뒤를 재보니 복병은 없었다. 장합은 마음 놓고 말을 채질하여 쫓았다. 이때 함성을 지르며 한 무리군마가 쏟아져 나왔다. 장합이 앞을 살펴보니 앞선 장수는 관흥이다.
관흥이 장합을 보고 크게 외치기를

“이놈 장합아! 달아나지 말고 한판 뜨자. 관흥이 너를 기다린 지 한참 되었다.”
“저런 몰상식한 놈을 봤나. 아무리 전장 터지만 어른을 몰라보다니! 지애비는 닮지 않았구먼.”
사리가 분명했던 관운장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장합은 그렇게 말하고 말을 채질하여 관흥에게 덤벼들었다. 관흥이 장합과 십여 합을 겨루더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장합은 성이 꼭지까지 올라 씩씩거리며 관흥을 쫓았다. 둘은 쫓고 쫓기다가 수풀이 무성한 밀림 속으로 들어섰다. 장합은 백전노장이라 더럭 의심을 품고 사위를 두루 살폈다. 그러나 의심갈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복병이 없는 것을 확인한 장합은 의심을 풀고 또 다시 촉병을 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쫓겨 달아났던 위연이 나타났다.

장합의 가는 길을 막고 정면대결을 하고 나선 것이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또다시 한바탕 신나게 싸웠다. 그러나 위연은 또 거짓패하여 달아났다. 장합은 크게 노하여 위연의 뒤를 바짝 쫓는데 관흥이 다시 나타나 길을 막아섰다. 장합은 이제 피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흥 따위에게 물러서랴 하는 자만심 때문에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관흥은 장합과 다시 10여 합을 겨루다가 이번에는 투구와 갑주를 벗어 던지고 군사들과 함께 달아났다. 투구와 갑주가 길가에 너절하였다. 위병들은 버린 물건을 챙기려고 말에서 내렸다. 물욕이란 무서운 것이다. 위병들은 장합이 싸우거나 말거나 물건 줍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 사이에 위연과 관흥은 장합 한 사람을 놓고 번갈아 가면서 장합의 분을 돋우며 싸웠다. 장합은 온 힘을 다 쏟아 두 장수를 쫓으며 싸웠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사위가 어두워지는데도 장합은 전심전력으로 두 장수를 쫓아 마침내 목문도 어귀까지 당도했다.
그때였다. 달아나기만 하던 위연이 아주 큰 소리로 외치기를
“장합 역적 놈아! 내가 네놈하고 싸우는 것을 피하려 했더니 이리 질기게 쫓아오느냐? 좋다. 한번 결사전을 벌여보자. 내가 네놈 목을 따주마.”

위연의 발악에 장합은 크게 노하여 장창을 비껴들고 말을 달려 위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위연이 대도를 휘두르며 장합의 목을 당장 벨 듯 덤벼들었다. 그러나 또 10여 합을 싸우던 위연이 달아났다. 위연의 군사들도 말까지 버리고 목문도로 달아났다. 위연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장합이 크게 외치기를
“위연은 비겁하다. 도망치지 마라! 어서 나와 목숨을 걸고 한바탕 싸우자!”
장합은 소리쳤다. 그러나 위연이 보이지 않자 장합은 위연이 완전히 패해 달아난다고 믿고 급한 성격대로 또다시 말을 놓아 위연의 뒤를 쫓으며 다시 소리치기를

“위연은 달아나지 마라! 위연은 어디 있느냐? 어서 나오너라!”
장합은 밤이 들어 사위가 어두워지는데도 위연을 놓치기 싫어 말에 채찍을 가하여 나아가는데, 한방 포성이 산천을 들썩였다. 그리고 동시에 산위에서 화광이 충천하고 나무와 돌이 어지럽게 떨어지며 장합과 그를 따르는 군사가 가는 길을 막아 버렸다. 장합은 비로소 경악을 금치 못하고 탄식하기를
“아아! 내가 계교에 떨어졌구나! 내가 여기서 죽나보다.”

죽는 소리를 하며 말머리를 돌리려할 때 등 뒤에서 나무와 돌이 산더미처럼 밀려왔다. 장합이 혈로를 열고자 둘러보니 몸을 운신할만한 공지가 보였다. 그러나 공지 양편이 절벽이었다. 장합이 혈로를 얻고자 공지로 향하여 말을 몰아가는데 갑자기 딱따기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때 1만 쇠뇌가 소낙비처럼 퍼부었다. 쇠뇌는 사람을 가리지 아니하고 날아가 위병을 쓰러뜨렸다. 이 쇠뇌에 맞아 천하 맹장 장합이 고슴도치가 되어버렸다. 백여 명의 수하 장졸과 함께 최후를 마쳤다. 장비에 버금가는 위국 맹장 장합은 이렇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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