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쪽방상담소를 시작하다
2001년 쪽방상담소가 문을 열 때 지역사회센터로서의 역할을 다 하자며 출발했지만 1년 만에 주위의 오해로 인해 소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억울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지난해 쪽방상담소를 다시 운영하게 됐다.
그래서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쪽방상담소는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의 메카가 돼야 합니다. 단순히 쪽방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나눠주고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것에서 머무른다면 쪽방상담소의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쪽방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쪽방상담소는 쪽방주민들이 주인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물품을 나눠주고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도록 해서 그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주체로 세워 가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쪽방주민의 문제를 단순히 쪽방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주거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으로만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쪽방지역 자체를 지역공동체로 만들어 가므로 비록 주거환경은 열악하고 물적 자원은 부족할지라도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공동체로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라며 처음 꿈꿨던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향해 출발하게 됐다. 이제 먼 길을 돌아 다시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을 향해 출발한 쪽방상담소가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꿈꿔본다.
2014년 벧엘의집이 지향해야 할 방향
첫째, 벧엘 운동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로서의 운동이 돼야 한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세상 → 교회 → 하나님’이라는 도식을 전제로 우월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교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하나님은 세상에서 하나님 당신의 백성을 선택해 교회를 세웠다. 그러므로 교회는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상보다는 우월한 자리에 있다하는 선민의식이 강했다. 세상이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멸망의 자리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선교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죽을 자리에서 생명의 자리로 옮겨가도록 하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선교는 많은 세상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 들여 교인화 하는 것이 중요한 선교의 실천 내용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교는 전통교회의 교회이해를 뒤집었다.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 → 세상 → 하나님’이라는 관계를 설명하므로 하나님이 직접 창조한 것은 세상이었지 교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영성운동으로의 벧엘 운동이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영성을 이야기 하면 누미누제의 영성과 케노시스의 영성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인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영성이라고 여겼던 것이 바로 누미누제의 영성으로 황홀한 체험, 황홀경 등을 성령체험과 직결시켜 왔다. 성령체험은 방언을 해야 하고, 예언을 해야 하고, 치병의 역사가 일어나야 하는 등 일상의 생활이 아닌 전혀 다른 경험을 말한다.
셋째, 초대교회의 고백을 이어가는 벧엘운동이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초대공동체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 땅에 세워진 최초의 예수공동체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일어난 성령사건을 통해 탄생한 예루살렘교회다. 예수의 탄생과정에서 특별한 성령의 역사가 있었던 것처럼 예루살렘 교회의 탄생과정에도 특별한 성령의 개입과 역사가 있었다. 성령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선포되고, 그 십자가의 복음의 능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죄용서와 거듭남을 체험한 것이다.
넷째, 벧엘운동은 흙에 개여진 말씀이어야 한다.
복음을 흙에 갠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목원신학의 정체성을 세워가는 것이다. 우리가 소중히 지니고 실현시키려고 애쓰고 힘쓰는 꿈은 복음의 실제화와 생활화요, 복음의 대중화와 민중화다. 신생(新生)하고 신(新) 생활하는 신앙을 실현시켜 보고 영과 육이 아울러 새롭게 되고 윤택해지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다섯째, 세이비어교회의 영성과 사역공동체여야 한다. 기독교 공동체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교회가 바로 세이비어 교회다. 그러므로 벧엘운동은 세이비어교회의 영성과 사역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세이비어교회의 사역의 핵심적인 철학은 영적인 삶을 통해서 주님을 닮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주님이 보여주신 긍휼의 마음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며, 주님이 섬기셨던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 소외받은 자들을 섬기는 일에 헌신하며, 용기와 희생적인 삶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헌신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벧엘운동의 자세다.
여섯째, 빈들의 사역자로서의 벧엘 운동이다. 벧엘의 집 사역은 빈들공동체가 새로운 교회로 나아가는 하나의 축이다. 즉 생명살림과 평화 공동체의 구체적인 표현 양식이 벧엘 사역인 것이다. 그러므로 벧엘 운동의 주체들이 빈들의 새로운 교회를 향한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곱째, 지역사회 운동체로서의 벧엘 운동이다. 벧엘운동의 또 하나의 핵심이 빈곤지역 안에 새로운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이 운동의 방향은 단순한 사회복지 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과제와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제기하는 것이었다. 또 지역사회 안의 문제를 단순히 몇몇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제기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덟째, 공동체 운동으로의 벧엘 운동입니다. 인간 이성의 최고의 산물이 공동체라고들 말한다. 공동체 운동의 역사는 특히 종교 운동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영성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벧엘 운동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회를 향한 다양한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