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여섯 번 기산에 출병하다.③
사마의가 위수 강변으로 나와 진을 치고 제장들과 작전회의를 하고 있을 때 곽회와 손예가 찾아왔다. 그리고 곽회가 말하였다.
“촉병은 지금 기산에 둔병하고 위수에 걸터앉아, 북산으로 이어져 농도를 끊고 있으니 큰 근심거리입니다.”
“공의 말이 맞소. 곽장군은 군사를 총독(總督)하여 북원에 진을 치고 높게 누를 쌓으시오. 그리고 주변을 깊게 호를 파서 촉병의 침입을 막되 싸움을 피하시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저들은 군량미가 떨어져 불안에 떨게 될 거요. 그때에 우리가 힘을 다하여 공격한다면 승리할 거요.”
곽회와 손예는 사마의의 영을 받고 군사를 거느리고 영채로 돌아갔다.
한편 공명은 기산으로 나와 5개의 영채를 세우고 사곡에서 검각까지 14개소에 진을 쳤다. 그리고 인마를 나누어 장기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장수들로 하여금 날마다 순찰케 했다.
이때 곽회와 손예가 위수 북원에 진을 쳤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공명은 제장들을 모아 놓고 이르기를
“위병이 북원에 진을 친 것은 우리가 농도를 끊을까 두려워서 그리한 것이다. 이제 거짓으로 북원을 공격한 채하고 위수를 취할 것이다. 너희들은 당장 뗏목 백여 척을 만들어 그 위를 풀로 덮고 위장하여 5천 군사로 뗏목을 저어 가라. 그러면 내가 심야에 북원으로 쳐들어간다면 사마의가 분명 구원을 올 것이다. 사마의가 약간 패하면 나는 후군을 몰고 대안으로 짓쳐나가 전군을 뗏목에 싣고 가서, 부교를 다 불태워버릴 것이다. 부교가 타서 길이 끊기면 사마의의 군사는 서로 돕지 못할 것이다. 그리되면 나는 한 무리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위수남쪽을 장악하면, 사마의는 나아갈 길이 막혀버릴 것이다.”
모든 장수들이 영을 받고 물러갔다. 위의 첩자들이 이 일을 사마의에게 곧장 보고하자 사마의가 크게 놀라 급히 제장들을 모아 의논하기를
“공명이 이같이 용병하는 것은 계교 속에 또 다른 계교를 써서 나를 속이려는 것이다. 공명은 북원을 공격한 채하다가 부교를 불태우고 우리의 후방을 끊고 앞길을 취하여 진로를 막자는 계교다.”
사마의는 그렇게 공명의 계책을 꿰뚫어 보고 하후패와 하후위에게 명하기를
“만일 북원에서 함성이 크게 울리거든 위수 남쪽에 매복해 있다가 촉병이 나타나면 단숨에 격파하라!”
다시 장호와 악침을 불러 명하기를
“너희들은 2천 궁노수를 거느리고 위수부교 북안에 매복해 있다가, 촉병이 뗏목을 타고 내려오거든 일제히 쏘아 다리 곁을 접근치 못하게 하라!”
사마의는 이번에는 곽회와 손예를 불러 영을 내리기를
“공명이 북원에 당도하여 위수를 건너거든, 길 중간쯤에 매복해 있다가 한판 싸우다 거짓 패하여 달아나라. 촉병은 반드시 너희를 추격할 것이다. 그때엔 너희들은 활과 쇠뇌로써 대항하라. 나는 수륙 양군을 거느리고 나갈 것이니 그때부터는 나의 지휘를 받아라.”
사마의는 이같이 영을 내리고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를 불러 명령을 내리기를
“너희 두 형제는 각각 1군을 거느리고 앞에 있는 진지를 구원하라!”
이같이 분별하고 스스로 1군단을 거느리고 사마의는 북원으로 향했다.
한편 공명은 영을 내려 위연과 마대로 위수를 건너 북원을 공격하게 하고, 오의와 오반은 뗏목을 강물에 띄우고 내려가 부교를 태우라 했다. 그리고 군을 3대로 편성하여 전대는 왕평과 장의가, 중대는 강유와 마충이 후대는 요화와 장익이 맡고 나가 위수를 점령했다.
이날 중화 때가 되었다. 공명의 인마는 대채를 나와 위수를 건너 진세를 갖추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위연과 마대가 거의 북원에 당도하니 날이 저물어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위장 손예가 전방을 살피다가 급히 영문을 버리고 달아났다. 위연은 적의 준비 있음을 짐작하고 군사를 물렸다. 그런데 사방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나며 좌편에서는 사마의가 우편에서는 곽회가 짓쳐 나왔다.
포위망에 걸린 위연과 마대는 힘을 합쳐서 사마의와 곽회의 군을 시살하면서 간신히 빠져 나왔다. 그렇지만 촉병은 태반이 강물에 빠져 죽고 나머지는 흩어져 달아났다. 이렇게 위연과 마대가 대패하여 버둥거릴 때 오반의 1군이 나타나 패잔병을 수습해 주어 언덕 위로 빠져나왔다. 오반은 위연과 마대를 구하고 다시 군사를 나누어 뗏목을 타고 가서 부교를 불사르려고 시도했으나, 언덕 위에는 매복한 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위장 장호와 악침이 기다리고 있다가 활과 쇠뇌를 퍼부어 부교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반은 외쳤다.
“부교를 태우지 못하면 이 작전은 모두 허사가 된다. 우리군은 모두 다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부교를 불태워라!”
오반은 불굴의 의지로 공명의 명령을 수행하여 계교를 성공시키려고 기를 쓰고 다가갔다. 그러나 부교는 멀었다. 퍼붓는 화살과 쇠뇌는 메뚜기 떼처럼 무섭게 달려들었다. 그만 오반은 난전에 맞아 죽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