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몇 분과 함께 한 점심 식사자리에서 시계 이야기가 나왔다. 자리에 동석했던 한 분이 “세계 최고의 명품 시계가 뭔지 아느냐? ”라는 질문을 던졌다. 핸드폰을 쓴 이후로 시계를 차지 않은 필자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안 것이지만 최고의 명품은 ‘파텍 필립(Patek philppe)’이라는 제네바 시계였다. 궁금증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웬만한 손목시계 한 개 가격이 수천만 원을 넘었다. 한 시계 마니아는 “파텍 필립을 시계의 정점이고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최후에 도착하는 도달점”이라는 평을 달아놨다. 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인 것이다. 파텍 필립이 최고의 명품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기술력, 독창성, 예술성, 희소가치 등등.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중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 파텍 백작과 당시 최고의 시계사인 필립의 결정적인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필립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인 “열쇠 없는 시계(당시 회중시계는 부속품인 열쇠로 일일이 태엽을 감아야 했다)”를 만든 발명가이자 뛰어난 엔지니어였다. 파텍은 시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업을 확장한 사업가였다.이 두 사람의 만남이 있었기에 지금의 파텍 필립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명성 있는 기업의 성장사를 보면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글로벌 IT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빅3’인 애플, 구글, MS가 대표적이다. 몽상가적 기질이 다분했던 스티브 잡스와 천재적인 엔지니어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만남이 그렇고,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케이스가 그렇다. 또 구글의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에릭 슈미트와의 만남 또한 그렇다.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을 보면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기술적 원동력은 워즈니악이다. 그의 천재성과 잡스의 비즈니스 역량이 결합하여 지금 애플 신화를 만드는 기저가 되었다.빌 게이츠도 하버드 대학 시절 알고 지내던 스티브 발머를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영입했고 발머는 80~90년대의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잘 대처하고 뛰어난 경영 리더십을 발휘해 MS 제국을 완성했다. 적자상태였던 구글에 풍부한 현장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아는 에릭 슈미트가 없었다면 기술력 있는 벤처에 머물다가 MA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텍, 잡스, 게이츠, 브린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워줌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결정적인 만남을 통해 지금의 역사를 만들었다. 필자는 결정적인 만남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핏 작아 보이는 것이라도 삶에 소중한 힘이 되었다면 그것이 결정적 만남이 아닐까 한다.대학 2학년대 이과 전공자인 필자에게 인문,사회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고 故 기형도 시인을 알려 준 친구와의 만남이 그렇다. 필자는 사십 줄에 로스쿨에 다니는 그 친구를 평생을 같이할 동지로 생각하고 있고 그 또한 그러리라 믿고 있다. 얼마 전 만나서는 몇 년 뒤 법률 시장에서 동업자로서 인생 2막을 열어보자는 희망도 공유하며 흐뭇해 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사람과 만나게 된다. 이미 결정적인 만남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앞으로 그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나간다면 작게는 삶이 좀 더 풍부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인생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자신의 만남 중에서 결정적인 만남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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