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얼굴 알리기 위해 출마

정치적 지분 확보 목적인 후보들

지방자치 본질 훼손 지적 일어

‘당선 되면 좋고, 안 되도 좋고?’

6·4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년 후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번 지방선거를 자신의 주가를 높이는 기회로 삼으려는 후보들이 적지 않아 지방자치의 본질이 개인의 정치적 욕망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자신을 키워준 지역 발전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싶다는 애향심과 공명심(公明心)의 발로로도 볼 수 있지만 ‘이게 아니면 저거’식으로 작정하고 얼굴·이름 알리기에 나서거나 당내 경선을 통해 일정 부분의 정치적 지분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일단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보자’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를 총선 출마를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려는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광역단체장 후보군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민선 6기 대전시장 후보들에게서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2년 후 총선을 내다보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더라도 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는 후보들은 자연스럽게 총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대한 존재감을 각인시켜 몸값을 올리고 보려는 이들은 본인의 향후 정치적 거취에 대한 이런 저런 관측을 애써 부인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소설 같은 시나리오마저 “전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넘기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민선 4기 시장을 역임한 초선의 박성효 국회의원(대덕구), 3선 의원 출신인 이재선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치 신인인 육동일 충남대 교수와 노병찬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 염홍철 현 시장과 주요 현안을 놓고 잇달아 대립각을 세우며 부각시킨 정용기 전 대덕구청장 등이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치열한 당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의 갑작스러운 통합 선언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신세가 된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열린우리당 시절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권선택·선병렬 전 국회의원, 여권 인사에서 야권 인사로 변신한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 등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시장 후보군들에 대해선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민선 6기 지방선거 구도와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상호 역학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정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장 박성효 의원이 시장 후보로 확정될 경우 오는 7월 보궐선거가 실시될 대덕구, 강창희 국회의장의 퇴장(차기 총선 불출마)으로 자연스럽게 무주공산이 되는 중구 국회의원을 누가 맡게 될 것인지를 두고 온갖 ‘설’이 불거지고 있다.

“A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하는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실익을 챙기고 총선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B 후보가 원도심에 선거 캠프를 마련한 건 다음 총선을 위한 포석이다”, “C 후보는 어차피 시장 선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D 후보는 이미 새정치와 어울리지 않은 인물로 낙인이 찍혔다. 총선 출마를 노리고 얼굴을 알리려 무리하게 출마를 선언했다” 등의 뒷담화가 이어지며 ‘정치 바람’을 따라 여기 저리 다리를 걸치는 정치꾼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자신이 돕고 있는 시장 후보와 차기 총선 공천을 놓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 정치인은 “정치는 글자 그대로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지방선거 공천 구도와 본선 결과가 2016년 총선에 나설 주자들의 행보에 의미있는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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