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목사

지난해 대전시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한 지역 공공의료 확충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까지 시립병원설립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병상수요 관찰지역(관찰지역이라 함은 의료이용의 유출입현상으로 인해 부족과 과잉이 동시에 나타나는 지역들로 더 이상의 급성기병상 공급은 막되 수요공급간 시간차를 고려해 추후 양상에 대한 관찰이 요구되는 지역을 말한다.)이 인근 타지역에서 유입되는 의료이용자와 서울 등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의료이용자를 적용해 병상수요를 다시 분석한 결과 급성기병상수가 889병상이나 부족한 병상수요 부족지역(부족지역이라 함은 수요추계 방법 모두에서 공급부족으로 나타나 수요량의 최소범위에서 급성병상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단 부족 병상의 최소규모가 병원급 병상규모에 미달하는 경우는 관찰지역으로 분류한다.)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대전은 300~500병상 규모의 시립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립병원 설립에 대해 용역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 등 각 분야에서 일제히 설립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 운영 적자 문제, 병원위치, 병상규모, 운영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대전 시립병원 설립추진 운동본부와 몇몇 단체 이외에는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용역결과 발표 이후부터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립병원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시립병원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 우선 병원협회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보고서에 보면 대전은 의원급의 의료기관이 인구 10만명당 기관은 65.4개소, 병상수는 290.6으로 광역시 중 가장 높은 평균대비 115%, 147%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의원들 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연히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하나 더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병원급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병원급은 인구10만명당 기관수는 3.0개소, 병상수는 640으로 광역시 평균 대비 각각 76%, 86%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대전은 종합병원 병상이 많은 것이 아니라 척추전문병원이나 클리닉과 같은 일부과목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많다는 것으로 시립병원이 설립됨으로 늘어나는 병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하는 병원이 아닌 일반진료보다는 보건예방 및 의료소외계층을 위한 진료, 특성화 진료 등을 통해 민간병원이 기피하거나 하지 못하는 부분을 담당하기에 시립병원은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병원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시립병원설립에 긍정적이었던 염홍철 대전시장이 6·4지방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차기 대전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출마선언을 한 사람들의 공약을 분석해 보면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노병찬, 박성효, 이재선 후보는 시립병원 설립에 소극적이거나 관심이 없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들은 중심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예비후보가 동구지역에서 시립병원 유치를 위한 타운 홀 미팅을 가졌다. 그 자리에 토론자로 참여해 시립병원 설립의 당위성과 설립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점에 대한 의견을 몇 가지 제시했다.

첫 째로 500병상 규모의 시립병원을 설립할 경우 약 2200억 원 정도의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대전시 예산규모로 볼 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용역보고서에서도 대안으로 최소한의 일반진료 제공과 공공의료지원 업무 제공을 위한 가칭 시민의료센터 운영을 제안했다. 그러나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소규모로 추진되면 도리어 재정적자를 키우는 꼴이 돼 있으나마나한 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에 최소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300병상 이상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최종보고서에서 설립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BTL방식(BTL이란 민간이 건설한 시설을 정부가 리스해서 사용하고 임대료를 지급해 투자비를 보전해 주는 민자 사업을 말한다.)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임대료가 시중은행금리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있고, 민간사업자는 운영전문회사를 설립해 운영에 개입하게 되므로 공공목적을 위한 병원운영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별도로 매년 운영비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시립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기에 설립목적에 맞는 병원이 되려면 BTL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BTL방식이 불가피하다면 일반 기업이나 은행의 배를 불릴 것이 아니라 시립병원설립기금 펀드모금을 위한 공익법인을 세워 시민들이 직접 시립병원설립에 투자하게 하므로서 자기병원이라는 애착을 갖게 하고 운영에도 참여하게 해 민관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 외에도 몇몇의 토론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발표가 다 끝난 다음 권 예비후보는 자신이 시장이 되면 집권초기부터 시립병원 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시민대표 등으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임기 내에 시립병원 설립의 첫 삽을 뜨겠다고 약속했다. 정말 나로서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까지 꿈꿨던 시립병원설립이 구체화 되는 것이 아닌가? 바라기는 모든 시장후보들이 권 후보처럼 시립병원 설립을 우선공약으로 내세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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