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79% "소비심리 위축 느껴"
소수업종 제외 월드컵 효과 미미

#. 대전 선화동의 한 칼국수집은 소비심리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실감하고 있다. 테이블이 모자라 손님을 돌려보내야 했던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정은 더 악화됐다. 점심시간에도 테이블 절반 이상이 차지 않는다. 여기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공공기관 손님까지 뚝 끊기는 바람에 지난 5월엔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흐름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골목식당에 몰아친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이 여전하다. 골목식당 10곳 중 8곳이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말 전국 453개 식당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전후 매출 추이를 조사한 결과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이 79.3%나 됐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만인 지난 5월 말 조사 때보다 1.3%포인트 높아진 응답률이다. 참사 2개월 시점에서 매출 감소 폭은 평균 26.7%로 5월 조사 때보단 1.2%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25%)보단 광역시에서 하락 폭(28.9%)이 더 크다.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심리 회복이 더뎌질 경우 외식업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식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규모별로는 중형 매장(50∼100㎡) 식당의 경우 참사 후 1개월 시점에선 매출 감소 폭(23.1%)이 가장 적었지만 2개월 시점에선 매출 감소 폭(28.1%)이 가장 컸다. 대형매장 식당에 이어 중형 식당까지 소비심리 위축의 파급력이 확장했다는 방증이다.

월드컵 특수도 기대 이하였다. 조사 결과 월드컵이 매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중식·서양식·치킨전문점 등 일부 소수 업종에서만 약간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물론 이 업종에서도 매출 회복 효과는 미미하다. 중식당의 10.3%, 치킨전문점의 9.3%가 월드컵으로 매출이 늘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전의 한 치킨전문점 업주는 “체감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 보이면서도 그 폭이 눈에 띄진 않아 답답하다. 올해엔 월드컵 특수도 없었다.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이 서야 인력 채용 등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아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매출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도 골목식당 업주들은 뾰족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응답자의 75.6%, 10명 중 8명이 그냥 이 같은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생각하고 있는 건 인력감축(7.9%)과 메뉴가격 변화(3.8%), 판촉활동 강화(3.5%) 정도다.

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식업 업주들은 7∼8월 여름 휴가철 경기회복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사 결과 이 같은 매출 하락 지속이 평균 2.3개월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며 “휴가가 끝난 뒤 가을이나 돼야 어느 정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