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 종회 등애의 최후.①

구건은 종회를 안심시키고 방심하게 하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주군께서는 걱정치 마십시오. 방심해도 좋습니다. 제가 엄중하게 책임지고 이 일을 처리할 것을 맹세합니다.”
구건은 이와 같이 종회 앞에서 맹세하고 물러나와 제장들을 감시하는 책임을 가졌다. 그리고 옛 상사 호열과 친한 사람을 가만히 호열에게 드려 보냈다. 이때 호열은 친구를 보고 아들에게 비밀한 편지를 전하게 했다.

“염려 마시게. 꼭 전해주지.”
친구는 그리 다짐하고 그날 밤 말을 달려 호열의 아들 호연에게 달려가서 밀서를 전했다. 호연이 아비 호열의 밀서를 보고 크게 놀라 이 사실을 모든 영문에 알렸다.
“이럴 수가 있느냐? 종회 그 놈이 미쳤구나! 미쳤어.”
모든 영문의 제장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리 말하고 호연의 영채로 몰려가 상의하기를
“우리가 목숨을 버릴지라도 의롭지 못한 종회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

“그렇소. 나 호연은 정월 18일 종회의 영문으로 쳐들어가 멸절을 시키자고 제의하오.”
“좋소. 이 일은 빠를수록 좋소. 두말 말고 그리합시다.”
“옳습니다. 우리 모두 찬성이오.”
“참으로 훌륭하오. 반적 종회를 내가 앞장서서 쳐 내겠소.”
감군 위관이 모임을 시종 주시하다가 마지막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곧 인마를 정돈하고 구건을 통하여 호열과 감금된 제장에게 거사를 알리게 했다.

한편 종회는 지난밤 꿈이 하두 뒤숭숭하여 강유를 청하여 해몽을 부탁하기를
“내가 간밤에 꿈을 꾸니 수천만 마리의 큰 뱀이 나를 물어뜯었소. 이런 꿈은 길몽입니까? 아니면 어떤 꿈입니까?”
“제가 해몽에는 크게 자신은 없으나 뱀이란 용종이지요. 뱀이나 용이나 사촌간이니 길몽이라 생각됩니다.”
“그래, 길몽이라고! 그렇게나 많고 큰 뱀들이 나를 물고 뜯었으니 말이오.”

“대사를 앞두고 하늘의 예시가 어찌 없겠습니까? 천하를 얻을 조짐인가 하오.”
강유가 다시 한 번 길몽을 강조하여 종회의 마음을 기쁘게 달래 주었다. 그러나 강유의 속마음은 역시 불안하였다. 이 꿈이야 말로 문제성이 내포된 꿈이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강유는 제갈공명으로부터 기문둔갑술까지 전수받은 유일한 제자다. 그러니 해몽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큰 뱀이란 용이 될 전 단계로 이것이 천시를 얻어 여의주를 물면 등천한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되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고 살게 되면 이무기가 된다. 이 이무기가 종회를 물었다면 이것은 흉몽이다. 그러나 강유는 종회를 달래고 위로하는 말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후주에게 약속한 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다. 종회는 길몽을 얻은 것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의기양양하게 강유에게 묻기를

“이제 군비가 완비되었으니 감금한 제장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소? 저들의 기미를 아시오?”
“그간 제가 살펴보니 우리와 뜻을 같이할 자들은 없습니다. 오래 살려두면 화를 불러올 위인들입니다. 속히 처리해 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강장군이 속히 처리하시오.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감금된 제장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도륙해 버리시오.”
“잘 결심했소. 곧 처리 하겠소.”

강유는 종회의 명에 따라 군사를 거느리고 제장들을 죽이려고 가다가, 가슴통증이 발생하여 움직이지 못하더니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귀신이 곡할 참으로 묘한 병의 발작이었다. 좌우의 장수들이 구하여 응급처치를 해 보았으나 반나절이 지나서 겨우 깨어났다. 이때 궁 밖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인마가 달리고 큰소리가 나고 난리가 난듯하였다. 종회가 급히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니 함성이 산천을 뒤흔들면서 사면팔방에서 군사들이 쳐들어오고 있었다. 이따금 들리는 소리가 <역적 종회를 죽여라!>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때 강유가 정신을 수습하고 좌우에 말하기를

“내가 손쓰지 못한 사이에 근심했던 일이 터진 모양이오. 감금된 위장들이 난을 일으킨 것 같소. 속히 저들을 참해야 할 것이요.”
강유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난군들은 벌써 궁문 안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종회는 강유가 몸져 누워있으니 더욱 급했다. 급히 전문을 닫아걸고 군사를 지붕위로 오르게 하여 기왓장을 무기로 하여 대항케 했다. 기왓장 깨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양쪽 군사가 공방전을 벌이자 상하고 넘어진 자가 수십 명이 되었다. 궁 안은 이런가 하면 궁 밖은 방화로 인하여 산지사방이 불바다가 되었다.

“역적 종회를 죽여라! 문을 부셔라!”
위병들은 소리치며 도끼로 전각문을 찍고 부셔서 불을 지르며 들어왔다. 문이 허물어져 경계가 무너지자 수적으로 크게 열세한 종회의 군사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종회가 직접 칼을 들고 나서며 외치기를
“도망치지 마라!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가는가!”
목이 터져라 악을 지르며 달려드는 두어 명의 무사를 칼을 휘둘러 찍었다. 그러나 종회의 명줄은 이것뿐이었다. 날아오는 큰 화살 한 대가 종회의 심장을 뚫었다.

“으아아 악!”
종회는 우레 같은 큰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장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종회의 목을 베었다. 종회가 죽으니 이제 강유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성치 않은 몸을 칼을 지팡이 삼아 의지하고 전위로 올라가자 위병들이 와르르 달려들었다. 비록 병든 몸이지만 용력을 다하여 칼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십 여 명의 위병이 쓸러졌다. 그러나 강유의 명줄도 그것이 끝이었다. 가슴 통증이 발작하여 가슴을 끌어안고 뒹굴며 소리치기를

“내 계획이 무너진 것은 오로지 천명이로다!”
말을 끝으로 스스로 칼을 목에 대어 긋고 죽었다. 그 이후는 어느 칼에 목이 날아간 줄도 모르고 목 없는 몸통이 되었다. 그때 강유의 나이 59세였다. 이 싸움은 종회와 강유가 죽으므로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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