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가족과 대화' 하루 30분 미만 소통부재 심각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근무하는 송종석 차장은 10년 전 특별한 예금통장을 개설, 해마다 ‘가족 여행’이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송 차장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가계지출 가운데 사교육비 비중이 커져 가족 구성원 전체를 위한 투자가 줄어들자 비밀(?) 통장을 만들어 자신만의 ‘행복한 가정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송 차장은 환급형 보험을 이용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하고 1~2년 간격으로 신규 금융상품에 가입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그간 10개나 되는 보험에 가입했던 송 차장은 현재 월 10만 원 안팎의 적지 않은 돈을 가족 여행을 위한 보험료로 적립하지만 매년 100만∼200만 원의 목돈을 손에 쥔다. 여행비로 크지 않은 돈이지만 가족단위 국내 여행비로 부족하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송 차장은 “가족 여행의 경우 아내에게는 목돈 지출에 대한 부담 없이 흔쾌히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잠시나마 학원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줌으로써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고 자랑했다.송 차장 가족은 여행을 통해 평소 말하기 어렵고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 놓으며 가족애를 돈독히 한다.송 차장은 “월 10만 원을 붓는 통장에 가족애를 더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한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비밀(?) 통장 만드는 가장하나은행 대전원동지점에 근무하는 이동열 팀장 역시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나들이는 그 어떤 것보다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가족 여행 예찬론자다.그는 초등학생인 딸 아이에게 견문을 넓히고 산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준다.자영업자인 송상현 씨가 평소 가장 중요시 하는 것도 가족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축제, 바로 여행이다.송 씨 가족은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전국 각지를 찾아 지역축제를 몸소 즐기며 문화 체험을 한다.송 씨는 “무리하게 여행 스케줄을 짜기보다는 아내, 자녀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곳을 그때 그때 선정해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다.◆가족간 대화 단절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가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져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모·자녀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여유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 주소다.취업포털 커리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2명 중 1명은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1일 평균 30분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대전대학교 신문사가 재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가족과의 대화 단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집에서 가족과 대화를 한다’는 응답자는 7.5%에 불과했다. 대부분 TV 시청, 인터넷 검색,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하루 중 가족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가족 내 원활한 의사 소통은 혈연 간의 연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대화 단절은 이혼 등 가족 해체를 부르거나 자살, 폭력 등의 홧김 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한 가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시 한 번 소중한 우리 가정을 돌아봐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여행허심탄회하게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의사 소통에도 기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경,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부부 간, 부모·자식 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한다면 언제든 건전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고, 구성원 모두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다.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 되는 일상에서 가족 개개인이 자기만의 생활에 몰입해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일을 핑계로 서로에게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각자 바쁜 일상 때문에 가족에게는 조금 소홀히 할 수 있지 않느냐’는 현실론을 내세우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느새 가족 간의 자연스런 의사 소통이 단절돼 해체 위기에까지 처할 수 있다.여행을 통한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것이야말로 건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지름길이다.선진국들은 26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여행을 권장한다.폭넓고 객관적인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기에는 여행이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사소한 것이라도 여행 중 의사 소통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모든 일정은 서로가 가보지 않았던 곳, 가보고 싶은 곳을 서로 상의해 목적지를 정하여 떠나는 것이다. 가보고 싶은 곳, 관광안내소도 알아보아야 하고, 가 보았던 곳, 보아야 할 곳을 여행하면서 재미있었던 일 등 이야기거리가 많다.◆호주 여행서도 ‘가족중심’ 비중 커실제 지난해 호주정부관광청이 ‘한국 여행자 세분화 조사(Korea Segmentation Study)’를 실시한 결과 호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은 ‘가족 중심 여행 추구 그룹’ 여행자와 ‘모험 추구 그룹’ 여행자들로 조사됐다.가족 중심 성향 그룹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으로 62%가 35~54세의 부모이며, 45%가 16세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 그룹은 모든 것이 포함된 그룹 투어나 특별히 가족을 위해 구성된 패키지 투어를 선호하며 21%는 향후 2년 안에 호주 여행을 고려하겠다고 대답했다.가족여행은 꾸준히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먼 훗날 돈을 많이 벌어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비록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더라도 가정의 달에 가족 간에 시간이 맞으면 1박 2일 일정이라도 함께 떠나길 권하고 싶다.대전시가 운영하는 과학체험 가족여행도 괜찮을 듯 싶다.과학체험 가족여행은 초중학생을 포함한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수업이 없는 매월 둘째, 넷째 주에 1박 2일 코스로 운영되고, 시는 숙박비와 식대, 체험비 등을 포함한 1인당 총 비용 14만 원 중 50%를 지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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