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폐지론 지역정가에서 솔솔
대전 서구의회 두 달여 공회전
등돌린 주민들 "차라리 해산을

6·4지방선거가 끝나고 대전 지방의회에 대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지방의회 본연의 임무는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기 때문에 민선 6기 출범 후 시민들은 집행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감시를 지방의회에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감투에만 혈안이 돼 구민들을 괄시하는 의회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석 달째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한 것은 물론 여야 의원들간 트집 잡기 식의 비방만 난무하며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

◆지방의회,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지방의회 무용론과 폐지론이 수면 아래로 숨었다가 또다시 등장하고 있다. 매 선거 때마다 지방의회 폐지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없던 일이 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의회 무용론·폐지론의 표적은 다름 아닌 대전 서구의회다. 서구의회의 원 구성을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주민들의 부름을 받은 구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11명, 새누리당이 9명으로 다수당은 야당이었고, 원 구성은 원만하게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원 구성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개원 첫날 새정치연합 손혜미 의원의 탈당은 자리 다툼의 불씨가 됐다.

이후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12회가 넘는 회의를 진행했지만 여야가 서로 의장 자리를 포기하지 못해 파행을 거듭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불명예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서구의회 원 구성 파행을 둘러싼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서구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쳤고, 기초의회 폐지 및 서구의원 세비 반납 추진위원회는 구의원들의 행태를 질타하기 위해 주민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졌지만 서구의원들은 ‘나몰라라’식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이 한심하고 부끄러운 모습은 꼭 1년 전에도 유성구의회에서 벌어졌었다.
유성구의회는 지난해 6대 원 구성을 놓고 의원들간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파행을 거듭하면서 구민들로부터 민생보다는 ‘밥그릇’챙기기에 혈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7대 의회가 개원한 첫날부터 상임위 배분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원 구성에 실패했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1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지방의회 불신 고조
폐지론이 등장하고 있는 건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때문이다. 깊은 불신은 지방의원들 스스로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관광성 해외 연수를 비롯한 각종 불·탈법 연루 등 비리가 잊힐만 하면 언론에 등장하며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 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은 주민들로 하여금 지방의회에 더욱 등을 돌리게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감투 싸움에 열을 올리며 꼴불견을 자행, 지방 살림살이를 견제·감시하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망각하고 있다.

20년을 넘긴 기초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과 불신이 심화돼 지난 2009년 여야가 기초의회 폐지에 합의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위상이 흔들리는 지방의회가 민의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할 경우 무용론과 폐지론에 직면하는 악순환은 지속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점을 지방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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