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본사 상무/총괄국장

아직도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치 국면에 빠져 있고, 이를 둘러싼 국론은 찬반으로 엇갈려 평행선을 긋는 형국이다. 세월호는 그래서 아직도 진행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갑자기 세월호 유가족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142일. 오래된 일로 느껴지겠지만 아직 바닷속에는 세월호가 말없이 누워있다. 함께 슬퍼하고, 어린 생명의 죽음 앞에 부끄러워하며,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던 국민들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함께 분노했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빌며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아직 그 분노와 눈물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고, 유가족의 눈물도 아직 흐르고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고, 일부는 모략과 비방을 서슴지 않는다. 망각의 세월은 어쩔 수 없고, 슬픔도 유통기한이 있어 이제 불쑥 슬픔이 솟구치지 않는다지만 과거의 눈물과 분노가 가식이 아니라면 보호 받고, 보듬어 주어야 할 유가족을 욕해서는 안 된다.
유가족의 바람은 진실규명에 있다. 어떻게 해서 아이들이 죽게 된 것인지를 수사를 통해 분명히 알아내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수사권과 기소권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뿐이다. 이 문제에 봉착하면서 유가족과 여야는 제각기 찬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종국에는 유가족에 대한 비난마저 난무하는 우울한 오늘을 맞은 것이다.
도무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월호를 털고 일어서야 하므로 더 이상 세월호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는 주장에 분명히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가족의 고집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사태는 한동안 경제에 충분히 반영됐고, 이제 우리 경제는 세월호 여파는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소득은 많이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전에도, 이후에도 가계에 쓸 돈이 없다는 말이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강력히 시도되고 있으며, 그 영향이 조금씩 경기를 통해 반영되고 있으니 지켜 볼 일이다.
따라서 경기침체의 모든 원인을 세월호에서 찾으려는 듯 유가족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하늘이 무너지는 천붕(天崩)의 슬픔을 간직한 자식 잃은 부모가 비난의 대상일 수는 없다. 내 자식이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면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아니라고, 그 아픔을 감히 느낄 수 없다고,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유가족에게 막말을 던져서는 안 된다.
슬픔에 지친 그들 대신 비난의 화살은 국회로 향해야 마땅하다. 아직 특별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단칼에 부결시켰다. 국민에게 배신감과 절망을 곱빼기로 안기는 저 모자란 국회를 비난해야 한다.
법의 제정은 입법부, 국회의 몫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합의안을 도출하고, 합의가 유가족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면 여야가 함께 유가족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여야의 몫이고, 역할이고, 일의 순서다.
장외투쟁, 대화거부 등의 단세포적 대처와 더 이상의 무능함은 국민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한 발 양보해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게 협상이고, 정치다. 역사에 죄를 짓지 않으려면 잇속만 챙기지 말고, 원칙만 따지지 말고, 눈치만 보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