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령 대전문화협동조합 고문

사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화두로 떠올랐던 작년 말과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기초의원에 속하는 구의원 제도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새누리당의 요지부동한 자세와 새정치민주연합의 회군으로 물 건너갔고, 이전대로 6·4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의 공천을 통한 선출이 이루어졌다.
필자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도 유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동 제도에 대한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였다. 정당정치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구의회 제도가 있는 한 정당공천제도는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 핵심 논거였다.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은 동급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와 구의원에 대한 주민의 인식 수준 아래에서는 그 두 가지 직책이 절대로 동급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존재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그 누구도 구의원 중에서 선출된 구의회 의장과 구청장이 대등한 권력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의회 의장이 되려고 원 구성을 할 때마다 심각한 상황이 노정된다.
대전 서구의회 손혜미 의원과 중구의회 하재붕 의원이 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다. 구의원들의 ‘자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갈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방법으로 풀려고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쯤에서 필자는 현행 구의회 제도를 현재 상태대로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 하에 몇 가지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첫째, 정당 공천을 받고 당선된 의원이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박탈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당의 공천’이라는 은혜를 입고 당선된 자들이 탈당하는 사태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경우 당선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신의 개인적 욕심으로 인하여 자신을 구의원으로 만들어준 정당을 배신하는 행위는 바로 자신을 뽑아 준 지역주민을 배신하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구의원 먹튀 방지법’이 필요하다.
둘째, 구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구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현재와 같은 임기 2년제 상근직으로 고수할 경우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장은 회기 때마다 임시로 선출해 회의만 진행하는 제도로 바꿔 상근 개념을 없앨 필요가 있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제도는 아예 없애야 한다. 의석 수가 10~20석에 불과한 구의회가 무슨 부의장이 필요하고,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단 말인가.
셋째, 도시 간 불평등한 의회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광역시가 아닌 시의 경우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해도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를 두고 있다. 구의원이 없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고양시 등이 대표적이다. 수원시장이나 고양시장과 특별시·광역시의 구청장이 같은 기초단체장으로 분류되고 있으니 도대체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궁극적 해결 방법은 구의회 제도를 폐지하고, 광역시의 시의원을 늘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