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태안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이하 특별대책위) 개최가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된 주된 원인이 중앙부처 간 예산 조율 실패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며 지역민의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본보 12월 8·10·21일자 1면 보도20일 국무총리실과 충남도 등에 따르면 2008년 6월 출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열릴 예정이던 특별대책위가 이달에만 세 차례 연기되며, 내년 1월 하순으로 미뤄진 데는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돈 문제로 사고 수습 외면충남도는 사고 이후 3년이 흘렀으나 피해 주민 배·보상 등이 지지부진해 민심이 악화되자 줄곧 정부에 특별대책위 조속 개최를 요구했고, ▲실질적인 배·보상과 복구 재원 확보를 위한 특별회계 설치 ▲피해지역 주민 암 검진 사업비(26억 원) 및 유류피해극복전시관 건립비(227억 원) 지원 ▲보상대상에 제외된 주민에 대한 종합적 지원대책 수립 ▲피해 주민 대부금 연체이자 부과 유보 등을 건의했다.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7일 기자회견에 “특별대책위를 통해 정부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에 관한 제반 법적, 행정적, 정치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요구사항 수용을 정부에 촉구했다.그러나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내년도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한 암 검진 사업비 10억 원과 생태환경 산교육을 위한 유류피해극복전시관 실시설계비 14억 원 등이 누락되며, 정부가 특별대책위를 개최하기에 ‘뻘쭘’한 처지가 됐다.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대책지원본부 관계자는 “국무총리 일정도 문제지만 예산을 둘러싼 부처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특별대책위 개최가 계속 미뤄지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주민들과 지자체의 건의를 정부가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태안 주민 김 모 씨는 “정치권에서 ‘형님 예산’이다 뭐다 해서 떠드는데 우리는 정말 과메기(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포항남·울릉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을 비유)만도 못한 것 같다. 피해 복구를 위해 주민들과 130만 자원봉사자가 피와 땀을 흘렸는데 정부는 왜 우리를 외면하나”라며 분노를 표출했다.◆지역 정치권 뭐하나국회 예산 부결뿐 아니라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 문제(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운 무면허·무허가·무신고 어업인 지원규정 명문화 등)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앞장서고 있는 것과 관련,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 부재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있다.공직자인 박 모 씨는 “지역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냐. 타 지역 의원이 법 개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지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할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안에 태안 주민들을 위해 긴요하게 쓰일 24억 원도 반영시키지 못했다”며 정치력 부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사고 원인 제공자 삼성은 돈벌이 급급이와 함께 사고 원인을 제공한 삼성과 관련, 최근 태안국립공원 해제 지역에 계열사 소유 부지 134만여㎡(삼성에버랜드 75만여㎡, 중앙일보사 59만여㎡)나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며 재벌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주민들의 박탈감이 고조되고 있다.주민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사고 수습에는 미온적이고, 땅 장사로 돈벌이에만 급급한 모습에 어이가 없다”며 삼성 측을 강력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