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종영됐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한국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방송이 있었다. 이 방송에서 출연하고 있던 한 일본인은 한국인들을 향해 “독도가 왜 한국 땅인지 설명 좀 해줄래요?”라고 물었다. 너무나 당연히도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독도는 우리 땅’이란 교육을 받았고 왜 우리 땅인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하지만 십 수 년이 흐르고 나서 그 이유에 대한 기억은 희미한 안개처럼 아름아름해져 당시 한국인 출연진들 중 일본인이 한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 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국과 일본 간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평택·당진항 서부두 소유권에 대한 충남도와 경기도 간 갈등과 서천앞바다 경계의 불공평 등에 대해 정확한 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충남도민이라면 충남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금강일보는 ‘충남학’을 통해 충남에 대한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

그렇다면 충남학 등 지역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학문이고 어떤 정의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역학의 시작
1970년대 본격적으로 경제성장을 시작한 한국에 비해 미국이나 소련 등은 이미 과학의 발전을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면서 세계화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강대국들이 세계적인 상업주의적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 이런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강대국들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약소국은 경계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지만 세계화의 추세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추세는 21세기 들어 더욱 심화됐고 전자정보통신의 비약한 발전으로 각 나라들 간 소통 뿐 아니라 각 나라들의 지방정부 간 소통이 가능해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나라간 경쟁이 이젠 지방정부 간 경쟁으로 변했고 각 지방의 발전을 위해서 지방들은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정립해 특성 있는 콘텐츠개발을 통해 이를 세계화 시켜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들이 공감되기 시작했다. 지역학이 주민들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 향상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곳곳에서 생기면서 지역학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지역학
지역학이 통신의 비약적 발전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과거부터 여러 가지의 지역학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1900년대 초 중국에서 실크로드의 통로인 돈황석굴에서 5만여 권의 장서와 다량의 석굴예술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돈황학(敦煌學)이 고대 중국 지역학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중국에는 많은 지역학들이 존재했는데 휘주지역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휘학(徽學·휘주학). 장족의 문화를 연구했던 장학(藏學) 등이 과거 중국의 3대 지역학으로 불리고 있다.
이후 중국은 현대로 넘어와 1980년대 개혁을 시작으로 1986년 상하이학과 1998년 베이징학 등의 도시지역학이 수립되면서 도시의 역사는 물론 현실적인 도시발전 방안의 연구를 중심으로 지역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방분권의 정치제도에 따라 지방학이 꽤 이른 시기부터 발전했다.
에도시대 이후에는 다이묘가 지배하는 번(藩)을 중심으로 한 번학이 융성했고 메이지 시대 이후부터는 향토사와 지방사 등의 이름으로 발달했다. 대표적으로는 에도 도쿄학이 지역학을 선도하고 있고 시정촌지(市町村誌)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학 저서들이 간행되는 등 지역학발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유럽도 지방학 역사가 유구하다.
영국은 12세기부터 지역학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프랑스에선 16세기부터 지방의 역사 연구가 한창이었다. 독일 역시 18세기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향토사가 지방학의 시초를 담당하는 등 지방학은 각 국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의 지역학
전 세계가 통신의 발전을 계기로 지역학에 주목하기 시작했을 때 국내에서는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시작된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학의 필요성이 등장했고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지난 2013년 기준 국내에 존재하는 지역학은 총 15개로 영남이 5개(영남학, 부산학, 대구경북학, 경남학, 울산학)로 가장 많다. 호서가 4개(충청학, 충북학, 대전학, 충남학), 근기(서울학, 인천학)와 호남(호남학, 전북학)이 각 2개씩으로 뒤를 잇고 강원(강원학)과 제주(제주학)가 각 1개씩 존재한다.
국내 지역학의 특성은 대구와 경북을 묶는 대구경북학을 제외하고는 대개 하나의 지역, 혹은 지명 당 하나의 지역학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지역을 지역학이 등장하면서 다양화가 나타났지만 한편으론 생활문화권이 동질성을 띤다면 두 개 이상의 광역단체를 묶은 광역단위의 지역학이 대두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다른 특징은 행정구역명을 붙이는 지역학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의 지역학은 영남학과 호남학 등 각 지역의 별명을 따서 지정한 지역학과 과거 행정구역명인 충청을 붙인 충청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구역명을 쓰고 있다. 이는 현대적 개념의 지역학으로 국내에서 지역학이 시작된지 얼마 안됐다는 것을 방증하면서 지역의 정체성 정립과 지역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충남학의 대두
국내 지역학의 하나로 충남학이 지난 2013년 대두하게 된 배경은 내포신도시 개막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80년의 대전시대를 마감하고 내포 청사시대로의 변환을 맞이해 충남이 지방자치의 새로운 변화상을 추구하면서 지역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방법이 모색됐고 이러한 시도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지역학의 필요성 중 하나가 지역콘텐츠를 개발해 세계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염두할 때 충남은 다양한 지역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령의 머드축제로 지난해 경제효과만 654억 원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또 창작 오페라인 ‘성웅 이순신’의 경우 국내는 물론 2000년 이탈리아와 2003년 러시아에서 합작 공연하면서 지역출신 인물 콘텐츠를 세계화하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들로 충남학은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졌고 2013년 초 충남도와 충남도평생교육원이 주관해 같은 해 8월부터 본격적인 충남학 정립사업이 시작됐다.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충남학이 충남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부터 새롭게 시작돼야 한다는 점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선행 지역학 연구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학술적 교류를 통해 시행 착오와 장담점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연구사업과 연구방법론 등에 대한 시사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참고문헌 충남학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