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여고생 살해 사건 등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무기징역 등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에 앞서 검찰은 사건을 주도한 20대 남성 피고인 두 명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황의동 재판장)는 지난 13일 김해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대전에서 성매매를 미끼로 유인한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 모(26) 씨와 허 모(25) 씨에게 무기징역, 또 다른 이 모(25) 씨에게 징역 35년, 양 모(16) 양에게는 장기 10년에 단기 7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선고에 앞서 검찰 공소사실이 다소 과장되거나 허위로 기재됐고 피해자들을 사망하게 하는 과정에서 ‘살해 범의(汎意)’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건조사 초기에 범행을 부정하면서 단계적으로 진술을 확보하게 된데다 심리 중 공범 간의 책임회피와 사건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검찰 측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유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사망케 한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피고인 각자가 수사기관의 사건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사건 축소를 위한 변명을 이어온 점 등은 피고인들이 과연 죄의식과 생명존중 의식을 가졌는가를 의심하게 한다”고 검찰 측 공소사실 인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이 놀이(김해 여고생, 구구단 외기 등)를 하듯 범행을 저지르고 잔악한 방법(대전 남성, 화분으로 머리 가격)으로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정 등을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러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동안 피해자가 사망치 않았더라도 폭행과 가혹행위가 중단됐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사전 범행계획을 세운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피해자들의 나이가 20대 중반 또는 청소년이라는 등은 유리하게 참작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씨와 허 씨)의 죄책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두 건의 살해사건이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실행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또 피고인들의 나이를 감안할 때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기 보다는 수감생활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참회하며 속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사건 주범들에 관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른 피고인들(이 씨와 양 양) 역시 범행에 참여한 횟수와 방법 등이 (주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는 하지만 공범들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은 점, 그간 범행 책임을 회피해 온 점 등을 비춰볼 때는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는 점과 나이가 청소년에 해당하거나 20대인 점 등의 제반적 상황을 종합해 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정일웅 기자 jiw306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