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집회 봉쇄목적 허위신고 단체 …후순위 단체 집회금지 통고 위법"
정당한 집회시위(이하 집회)가 허위 집회에 방해 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박보영 재판관)은 지난해 말경 ‘중복 집회를 이유로 한 금지통고를 위반한 집회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해당 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당 사건은 관할경찰서(장)가 접수 신고 순서에 따라 피고인의 집회 신고를 ‘금지통고’했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한 점을 발단으로 한다.
A 단체는 지난 2009년경 시민 질서의식 계도를 목적으로 한 캠페인 성격의 집회 신고서를 관할경찰서(장)에 제출, 일출부터 일몰까지 서울광장 등지에서의 개최 우선권을 가졌다. 또 후순위로 신고한 B 단체가 집회시위 ‘금지통고’를 받고도 집회시위를 진행한 데 따른 소송을 제기, 1심 승소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금지통고가 취소되거나 먼저 접수 된 집회시위 신고가 취하되지 않았더라도 금지통고 자체에 위법이 있다면 이를 위반해 집회시위를 개최한 사실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기록에 의하면 A 단체는 당해 6월에만 총 8회의 신고 후에 단 한 차례도 실제로 집회시위를 개최한 바 없다”면서 “신고 된 장소에서 일출부터 일몰까지 집회시위를 계속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심이 드는 점은 다른 집회(B 단체)를 봉쇄하기 위한 허위 또는 가장 신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해 먼저 신고 된 집회가 다른 집회 개최의 봉쇄를 위한 허위 또는 가장 집회신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분명할 경우 후자의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통고를 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집시법상의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원심파기 및 환송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통상 집회 신고 순서에 따라 뒤에 신고 된 집회를 금지통고 할 수 있다. 단 먼저 신고 된 집회의 참여 예정인원, 집회 목적 등과 신고인의 기존 집회 건수 및 실 개최율 등을 따져 양 집회의 상반 또는 가능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고 정당한 집회의 봉쇄를 위한 허위 또는 가장 집회신고가 객관적으로 분명할 경우에는 신고 순서만으로 금지통고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단서조건을 명시한다.
정일웅 기자 jiw306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