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63% 생계형 창업, OECD 평균 2.5배…사회적 부담 키워

‘창조경제’와 ‘청년실업 해소’ 구호를 앞세워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면서 양적 증가세는 가파른 반면 질적으론 상당한 과제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 지원의 초점은 청년에 맞춰져 있지만 창업 증가세는 중장년층이 견인하고 있고, 청년들조차 도전과 모험이 전제된 창업보단 일반 서비스업 창업에 몰두하고 있다.

◆중장년층이 창업 증가세 견인
중소기업청의 신설법인동향 자료에 따르면 최근 신설법인 수는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5만 855개에서 매년 늘어 2010년엔 6만 개, 2012년 7만 개, 2014년 8만 개를 각각 돌파했다. 경기가 급속 냉각된 2013년(1.9%)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1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신설법인은 4만 6418개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창업 열풍은 청년층보단 장년층에서 더 거세게 불고 있다. 연령대별 신설법인 증가율을 보면 30세 미만은 2008년 2027개에서 지난해 3885개로 87%, 30대는 같은 기간 38%(1만 3751→1만 8921개), 40대는 54%(2만 1478→3만 3100개) 늘었는데 50대는 110%(1만 446→2만 1898개), 60세 이상은 119%(3115→6808개)로 배 이상 급증했다.

연령대별 창업 비중도 같은 양상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도별 신설법인을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30세 미만은 4.5%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2008년 4%→2014년 4.6%)하고 30대(27→22.3%)와 40대(42.2→39.1%)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50대(20.5→25.9%)와 60대(6.1→8%)의 비중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에서 인생 2막을 여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금근로 일자리가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치열한 자영업 전선에 뛰어드는 중장년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너도 나도 손쉬운 서비스업
생계형 창업은 중장년층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책으로 청년 창업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청년의 창업 지향점이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올 상반기 30세 미만의 업종별 신설법인(2359개)을 보면 부동산임대업(129개)이 전년 동기 대비 63.3% 늘어 가장 핫(Hot)한 업종임을 과시했고 이어 도소매업(794개, 44.9%), 영상정보서비스업(258개, 38%)에서 창업이 많이 늘었다.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418개) 창업은 14.8% 증가했고, 첨단지식기반의 과학기술서비스업(156개) 창업은 되레 4.3% 감소했다. 30대 역시 부동산임대업 창업 증가율이 26.1%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흐름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5월 대한상의가 20∼30대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창업 희망분야를 묻자 외식업·소매업 등 일반서비스업(48.7%)을 가장 많이 꼽았다.

통신·문화콘텐츠 등 지식서비스업은 32.7%, 전통제조업은 7.7%, 전자 등 첨단기술기반사업은 5.3%였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형 창업보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서비스업에 관심이 더 많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창업 유형 중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OECD 평균 26%)로 조사대상국(29개국) 중 가장 높고 반대로 기회추구형 창업은 21%(OECD 평균 52%)로 최하위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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