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는 스릴러란 장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125분의 긴 러닝 타임 중 살인사건을 다루는 장면을 빼놓곤 코믹영화 같았다. 그렇다고 완전한 코믹도 아니다. 긴장감만 잔뜩 심어 놓은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다. 찐 감자 10개를 입에 가득 넣은 듯한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인기배우 조정석이 주연을 맡았지만 그의 연기력으로 영화를 띄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TV에서 가끔 상영되는 재미없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는 기자 허무혁(조정석)이 광고주의 비리를 캐내다 직장에서 해고 위기에 몰리고 이혼 통보까지 받는다. 이후 우연한 계기로 제보를 받아 취재한 내용을 보도해 해고당한 직장에 복귀한다. 연쇄살인범의 자필 문구를 손에 넣어 보도하면서 언론계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결국 거짓이란 걸 알게 되고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다. 이후 사건은 커져 돌이킬 수 없을 정도까지 다다른다. 보도가 시작되면서 경찰은 허무혁이 보도한 사건을 캐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여기서 허점이 드러난다. 예고편에도 나오듯 허무혁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차량을 쫓으며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한다. 이 내용은 방송으로 보도된다.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찰이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도 차량이 지나간 곳의 CCTV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바로 CCTV를 확인했더라면 이 내용이 거짓이란걸 알게 됐을 것이다. 오래된 차량이고 색상도 빨갛기 때문에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영화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는 요소지만 많은 관람객들의 한탄을 일으켰을 거라 생각한다. 또 무작정 허무혁에게만 제보자를 알려달라고 하는 경찰의 모습은 물음표를 자아냈다.
범인의 집으로 찾아갔을 때의 긴장감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는 허무혁이 보도한 대로 실제 사건이 일어나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이전까지의 코믹함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후 장면은 허무하다. 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거짓도 믿으면 진실이된다는 말인지, 거짓말을 하지 말란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차라리 코믹영화였다면 일상생활에 찌든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무혁과 아내 이수진(이하나)의 관계도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이들 관계도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허무함 그 자체다. 영화의 시작은 긴장감에서 시작하다 코믹으로 전환되고 또 다시 긴장감에서 코믹으로, 마지막은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