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내 구제역은 1월 초 천안을 시작으로 지난 21일 현재 발생 50일을 넘어섰다.충남도에는 구제역이 두 달도 안된 시점에서 벌써 10개 시·도내 74개 시·군에서 발생할 만큼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무너지는 축산농가, 공포를 넘어 좌절로...구제역으로 인해 도내 축산업은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구제역이 연이어 터지면서 축산농가는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공포감은 초기 수준이었을 뿐 이제는 공포감을 넘어서 좌절의 단계까지 와있다. 소·돼지를 구제역이 발생하는 족족 땅에 묻었기 때문에 축산농가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좌절감과 함께 하루 아침에 삶에 터전을 잃은 농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실례로 20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웠던 돼지농가의 경우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선 최소 1년 반에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재기를 위해서는 새끼 돼지를 입식해 와야 하고 사료 값에 분뇨처리 값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다시 말해 농가들은 1년 반에서 2년 동안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는 뜻이다. 피해 농가 주민들은 정부에서 매몰처리한 일부만을 지원받았고 대부분의 농가들은 지원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해 살처분한 축산 농가는 6개월 뒤에 사육이 가능하다. 여기에 출하 기간 30개월을 더하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최대 3년 정도가 소요돼 실질적인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이 종식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입식이 언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전국에서 350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도 내에서만 43만 2000여 마리를 매몰한 만큼 새끼돼지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제역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야할 판이다. ◆구제역 여파가 서민의 주머니까지…끝날 줄 모르는 구제역으로 인해 농가는 물론 소·돼지와 관련된 업종에 있는 사람들과 서민들까지 울상을 짓게 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 에너지 공급원이다. 가정과 직장을 막론하고 꾸준히 소비되는 육류가 돼지고기이다. 돼지고기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서민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왔다.하지만 돼지값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은 주머니를 열기가 쉽지 않아졌다. 구제역 파동이 있기 전의 삼겹살 한근(600g)값은 900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50% 가까이 올라 한근에 1만 4000원~1만 5000원을 웃돌고 있다. 대전 신탄진의 A 정육점 업주는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서 기존에 비해 매출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요새는 `삼겹살 한근 주세요`라는 말을 도통 들을 수가 없다"며 "서민의 음식인 돼지고기 값이 올라서 찾지도 않을 뿐더러 반근 정도를 사가는 사람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구의 B 정육점 업주도 "국내산 돼지고기와 수입산 돼지고기를 함께 팔았지만 손님들은 그나마 값이 싼 수입산 돼지고기를 찾아 지금은 국내산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일년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 있는 설 연휴에는 절반의 매출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천순대로 유명한 천안의 가게들은 더 많은 피해를 봤다. 점심시간이면 늘 북적이던 병천 순대 골목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병천 순대 골목에서 C 국밥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구제역이 발생하고 매출이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들여오는 재료는 인상이 됐지만 국밥 가격은 그대로 여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국밥과 순대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 임대료는 내야하기 때문에 장사를 해야하지만 하루하루가 적자라서 장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