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과 고소를 남발하며 후배경찰들을 떨게 만든 전직 경찰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조영범)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B 모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전직 경찰이었던 B 씨와 충남경찰의 악연 그 시작은 지난 2013년 10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 씨는 이 시기 충남지방경찰청과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충남 지역 A 운전학원의 행정고문 역할을 맡는다. 충남경찰청은 A 학원에 대해 지난 2010년 이후 2차례 비리제보를 받고 이 학원의 등록 및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는데 A 학원은 이에 반발해 지난 2013년 10월경 자동차운전전문학원 등록 및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B 씨는 A 학원의 행정고문을 맡은 후 충남경찰청과 경찰청에 ‘A 운전학원에 대한 행정처분은 법령에 없는 조항이 적용돼 잘못이고 C 운전학원에 대한 개원승인 절차도 법적으로 잘못됐으니 담당자들을 징계·처벌해 달라’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했다.

과거 20여 년간 경찰로 일했던 B 씨는 처리기한을 어기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경찰 업무처리의 맹점 등을 이용해 동일취지의 내용을 나누고 순서와 일부 내용만 바꿔 반복 제기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넣었다. 그 횟수는 무려 수백 회에 달했다. 이로 인해 업무 부담감과 압박감에 빠진 경찰관들은 해당 부서를 떠나기도 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B 씨는 단순히 민원을 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검찰에 고소장까지 제출했기 때문에 현직 경찰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B 씨는 지난 2014년 1월경 C 총경을 비롯한 경찰 4명을 대전지검에 무고하는 등 다수의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해왔다.

B 씨의 잇따른 민원과 고소 후에 A 학원은 충남경찰청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자동차운전전문학원 등록 및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A 학원에 대해 충남경찰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충남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014년 7월경 항소했으나 기각돼 판결은 확정됐다. A 학원의 행정처분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신청도 받아들여져 이 학원은 정상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숱한 고소로 경찰을 떨게 만든 B 씨의 행각은 결국 피해 경찰의 고소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원심 재판부는 “전직 경찰관으로서 경찰 조직의 생리와 업무 처리 관행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악용해 장기간 동안 다수의 경찰관들을 무고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등 부당한 목적을 갖고 공무원 개인을 괴롭힘으로써 정당한 공무집행을 저지시키려고 했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B 씨 사건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피고인의 명예훼손 혐의에 관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직권으로 공소사실을 변경해 유죄로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므로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환송 전 당심판결 전부를 파기환송 했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B 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령으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를 위해 5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서도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하고 피무고자로 하여금 부당한 형사처분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인 점, 피고인은 공무원을 협박해 직무상 행위를 강요했는데 재판 중이던 행정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부당한 목적 아래 범행했던 점을 더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고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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