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세청장들이 4·13 총선에 출마하면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30일 제17대 국세청장에 취임해 1년 4개월간 재임했던 한상률 前청장은 새누리당 서산·태안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2003년 3월 제14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해 2년간 재임했던 이용섭 前청장은 재18대,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의정을 펼치다 지난 2014년 광주시장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최근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정책공약단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비운의 한 前 청장-‘그림로비’에 이어 ‘고액의 고문료’가 발목 잡아

그러나 한 前청장은 한때 불거졌던 ‘그림로비’ 문제에 이어 ‘고액의 고문료’가 또 발목을 잡으면서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

D 언론은 지난 2일 새누리당 공관위 한 인사의 말을 빌어 새누리당이 ‘돋보기 검증’을 하면서 당 안팎에는 ‘공천 부적격자’ 명단이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그날 보도에서 한 前청장은 ‘그림 로비’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대기업에서 수억 원대의 고문료를 받은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 前청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문료는 전관예우 차원이 아닌 실제 방대한 용역보고서를 제출하고 받은 정당한 업무 대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날 한 청장은 “이미 검찰과 법원에도 증거자료로 S사, H사의 용역보고서(대중국 투자관련 용역 보고-미국의 헤게모니 변화 가능성 등)를 제출한 바 있고, 고문료에서 용역보고서 연구비용,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제세공과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소득은 퇴직 후 5년간 3억 3900만원, 연 평균 66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3일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회원들이 발표한 ‘1차 공천부적격자 발표 명단’에 또 오르면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날 총선넷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들의 논의와 시민제보를 종합해 황우여, 최경환, 김진태, 이노근, 김석기, 한상률, 박기준, 김용판(새누리당), 김현종(더불어민주당) 등 9명을 선정해 각 정당에 명단을 전달하고 부적격 후보자들의 낙천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한 前청장은 지난 1월 ‘참회(懺悔)의 증언(證言)’이란 책 출간을 통해 이른바 그림로비 등 권력형 비리사건은 모함에서 비롯된 거대한 음모였음과 언론에 의해 자신에게 씌워졌던 권력형 비리의 낙인(烙印)이 검찰의 혹독한 수사에서도 무혐의를 받은 과정, 대법원의 무죄판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풀어 놓아 동정을 사기도 했다.

그는 특히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삶과 자신을 비유하면서 오로지 진리를 가르치는 일에만 평생을 바친 소크라테스가 모함에 빠져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 자신과의 닮은 꼴로 묘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청장은 죄지은 일 없고 갖가지 의혹과 관련, 모두 혐의가 없음으로 밝혀진 사실에 대한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 놓아 국세청 직원들은 물론 그를 지켜 봐 왔던 지인들로부터 동정을 사기도 했다.

한 前청장은 지난 2014년 7·30 재선거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국민경선 여론조사에서 현 김제식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며 공천이 확실시 됐지만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에서 한 예비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김제식 후보로 공천자를 변경한 바 있다.

한편, 한상률 예비후보는 농·수·축산업에 대한 공약과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면서 생활밀착형 보완대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예비후보는 고향 태안에서 태안꽃축제추진위원장을 맡고 있고, 무료 세무상담 등 자원봉사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용섭 前 청장-더불어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장을 맡고 ‘승승 장구’

반면 더불어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 전 국세청장은 순탄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 예비후보는 최근 선거사무실에서 한국가정어린이집 회장을 비롯해 광주시·광산구 가정어린이집 회장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어린이 보육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4일 국민연금 기금 중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이나 보육시설 확충 등 공공부문에 투자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인프라 확충에 투자, 국민에게 혜택을 더 돌려드리겠다”면서 구체적인 공약 내용과 취지를 소개했다.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이날 이런 공공투자를 통해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현재 5.2%에서 10년 후 13.0%로 끌어올리고,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율을 현재 10.6%에서 3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통해 출산율을 높여 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실물경기를 부양하고 대규모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하는 등 국세청장 출신다운 공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일부 전임청장들의 비리로 국세청 명예가 한 순간에 추락하는 것을 지켜 본 일각에선 이들 두 청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세청 본청이 세종시로 이전해 오면서 세정가 일각에선 “이들 두 예비후보의 앞날이 세정발전에도 무관치 않다”며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선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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