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길도 없는 야산에서 진화 강행군

건조한 날씨 속에 대전·충남지역에는 우려했던 산불이 잇따랐다. 2일 오후 대전 동구 신촌동 일대는 인근 산에서 피어오르는 화염으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다. 인근에 정차된 소방차량, 순찰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현장의 다급함을 전달하는 듯했다. 출동한 산림청 직원과 소방대원, 동구청, 동부경찰서 직원들이 속속 화재 현장에 투입돼 화마와 사투를 벌였다.

이날 오후 2시 57분경 한 사유지에서 시작된 조그만 불씨는 큰 불로 번졌다. 인근 기도원에 있던 목격자 A(28·여) 씨는 “산에서 연기가 난다는 말에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산에서 연기가 순식간에 기도원 쪽으로 번져왔다. 너무 놀라서 신고를 한 후 일행들과 건물의 수도를 틀어놓고 수건에 물을 적신 후 대피했다”고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조해진 날씨 속 불길은 인근 야산과 인가를 집어삼킬 듯 커져갔다. 대전소방본부에 소방헬기가 없는 현실에서 대전 인근에 배치된 산림청 헬기의 투입이 시급했지만 이날 대전·충남 지역에서 잇따른 10여 건의 산불로 인해 헬기는 신촌동 산불 현장에 신속히 투입되지 못했다. 산불 발생 약 50분 뒤인 3시 50분에야 산림청 헬기 1대가 비로소 도착했고 50분 뒤 1대, 또 50분 뒤인 오후 5시 30분에야 2대가 도착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산불 현장 주변에 대청호가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산림청 헬기들은 쉴 새 없이 대청호에서 물을 퍼 담아 산불이 난 곳에 쏟아 부었다. 현장에 모인 수백 명의 인력도 기계화 장비 등을 이용해 산불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무서운 기세로 번지며 인근 1.2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화마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오후 7시 불길이 잡혔고, 잔불을 진화 중이라고 판단했다. 첨단 장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잔불의 진화를 놓고 문제가 발생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리자 첨단 장비의 사용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불 진화에 큰 기여를 하던 헬기는 오후 7시를 기해 투입이 중단됐다. 그러자 신촌동 인근에 위치한 사성동에서는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다시 피어올랐다. “마을 뒷산에 다시 불이 났어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밤 사성동 마을 주민들은 잠을 설치고 인근 야산의 불길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주민 육 모(53) 씨는 “낮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신고를 했는데 진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밤까지 불길이 거세 걱정스럽다”고 염려했다.

사성동 인근 야산에는 수많은 인력이 투입돼 사성동과 인근 충북으로까지 번진 불길을 잡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개발제한구역에 속하는 대전 대청호 일대 야산은 자연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산불 등 산림재해 발생 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위한 임도가 없었다. 이로 인해 진화대원들이 소화 장비를 짊어지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데만 수 시간이 걸리는 비효율적 상황이 이어졌다. 야간진화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임도가 마련된 충북 야산의 산불은 차량 등을 이용해 밤사이 큰 불을 잡는 데 성공한 데 반해 사성동 산불은 3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3일 탄약지원사령부 1탄약창 장병들(30여 명)이 지난 2일 대전 동구 신촌동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현장에 투입돼 잔불을 정리 중이다. 대전 탄약지원사령부 제공

결국 산림 4.8ha를 태운 산불은 3일 오전 산림청 헬기 7대와 71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한 끝에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고, 이후 인근 군부대 등이 추가 투입돼 잔불을 정리했다. 이틀간 발생한 신촌동 산불에 대해 진화를 지휘한 이규명 부여 국유림 관리소장은 임도의 필요성과 시민들의 산불 예방을 당부했다. 이 소장은 “임도가 있었으면 차량이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진화가 용이했을 텐데 대전 동구 지역은 개발제한구역 때문에 임도가 없다. 임도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촌동 산불도 산림이 불에 탔고 많은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많은 재산손실이 있었다. 날씨가 건조한 요즘 산 인근에서 쓰레기 소각이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신신당부했다.

글·사진·동영상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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