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필자 또한 2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세금쟁이로 보냈다. 숫자만 들어가도 골치 아파하는 사람도 있는데 보면 볼수록 어렵고 난해한 끝맺음으로 일반인들은 읽어 볼 엄두도 못내는 세법을 세금계산과 함께 다루어 왔으니 그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무렵 은행에 가면 창구에서 돈을 세는 직원들이 그렇게 신기하게 보인 적은 없었다. 은행에는 돈을 잘 세는 전문가만이 들어오는 줄로 알았다. 곰곰이 생각하면 세무서에 근무할 때 나를 만나러 온 친구나 지인들도 한결같이 내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외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곤 했다. 사실 세무공무원이 세금을 계산하고 세금을 매기고 심지어 매긴 세금을 받기까지 하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일을 삼 사십 년 간 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업무내용이 비슷한 세무사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한국 세무사회는 즐거운 비명이다.

마음 같아서는 ‘세’자 들어가는 일에 손을 떼고 고향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며 살거나, 서예, 바둑, 골프 등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만은 않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부모님 부양은 물론 자식들 대학 교육은 기본이고, 결혼 밑천까지 마련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다 보니 오 육십이 되어서도 생계유지 차원의 취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삼사십대에 세무사를 하는 것과는 달리 오십이 넘어 세무사를 시작하는 경우 의욕이 앞서다 보면 자칫 건강에 소홀해지기 쉽다.

필자 역시 오십이 가까운 나이에 국세청에서 명예 퇴직하여 세무사 사무소를 개업했고, 5년 만에 사무장 포함 직원 7명에 자가 사무실 시대를 열었으니 대단한 성장이었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건강에 대한 리스크를 체크하지 못한 것이 나의 큰 실수였다. 그 대가로 3년 전 대학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의사의 항암치료 권유를 뿌리치고 바로 산골로 들어가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다행히 자연 속에 파묻혀 생활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다시 세무사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계속 떨어지는 것만 같아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건강을 되찾고 보니 세상을 보는 눈도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 그래서인데 이제부터라도 세무사 일을 즐기면서 해 나가고 싶다. 지금 와서 골치 아프다고 세무사업 대신에 다른 직업을 택하고 싶어도 마땅한 자리가 없지 않은가. 내 평생 업으로 삼은 직장인데 즐기면서 일하고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즐기면서 일을 하는 세무사는 몇몇뿐이고 대부분의 세무사는 힘겨워하는 것 같다. 하기야 내 주위에도 세무사를 개업했다가 3년도 버티지 못하고 최근 문을 닫은 세무사도 있다. 직장이든 사업이든 즐거워야 한다. 무슨 일이든 즐기는 자는 못 당하는 법이다.

   
 

- 김복중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국세청 본청 및 대전지방국세청 외 일선세무서 30년 근무
- 국세동우회 부회장
- 한국회계정보학회 부회장
-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