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대전인권사무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숙인시설 종사자 인권교육 강의를 했는데,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숙인의 인권 문제를 노숙인 시설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인권침해 사례보다는 노숙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노숙인 인권신장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학습자들이 직접 노숙인 문제해결과 인권신장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도록 했다. 그래서 종사자들은 노숙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노숙인 인권신장을 위한 것에는 무엇들이 있는지 함께 찾아보고 그것을 모둠별로 정리하여 발표하도록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참여자의 상당수가 노숙인에 대해서는 알코올중독자, 게으르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고,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숙인에 맞는 일자리 제공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조차 노숙인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이 보통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현상적으로 보면 노숙인은 상당부분 알코올 중독자, 무능력자, 무직자, 무책임, 게으름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노숙인만 무능력자이고 알코올 중독자인가? 연구자들에 의하면 노숙생활의 원인이 개인적인 요인과 사회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노숙인이 빈곤가정에서 태어나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취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자리가 임시고용직이거나 단순노무직이 많고 저임금이기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난이 그대로 상속된다는 것이다. 가난하기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취약한 가족구성은 실직이나 질병 등 외부의 충격이 오면 자연스럽게 가족이 해체되고 그 결과 노숙생활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노숙인이기 때문에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숙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취약한 사회안전망, 저임금, 고용불안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요인이다. 그러기에 노숙인 문제 해결도, 노숙인 인권신장도 먼저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살아가라고 하면서 어떻게 노숙인 인권신장을 말할 수 있을까?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숙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지난 5월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126만 270원이 된다. 재계는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 당시 이것도 지난해 최저임금 5580원, 지난 2014년 5210원에 견줘 과하다고 반대했었다. 시급 6030원이 과한 것일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6월 직장인 2319명을 대상으로 평균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 6566원으로, 최저임금 시급 6030원보다 536원 더 높았다고 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14.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열정페이란 젊은이들의 열정을 빌미로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형태를 일컫는 말이란다)
최저임금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2인 이상 노동자 가구의 월평균 생계비는 274만 4183원이라고 한다. 반면에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을 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의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209만 원이 된다. 이는 2인 가구의 월평균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4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48.3%가 월 200만 원 미만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2인 가구의 평균 생계비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가난한 사람들을 노숙인으로 전락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러기에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은 가난한 사람들이 노숙인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고, 현재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노숙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숙인의 인권신장도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실현에서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