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사과의 장 열렸지만 피해자·가족 반응 무덤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 이후 처음으로 폐 질환으로 숨지거나 고통받고 있는 일부 피해자와 가족들과의 자리를 마련해 사과했다. 그러나 현장에 모인 피해자와 가족들은 옥시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진정성 부족’ 을 지적했다.
옥시 사프달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1시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일부 1·2등급 피해자 및 가족들과 ‘제1회 옥시레킷벤키저 사과의 장(이하 옥시 사과의장)’이라는 자리를 마련하고 피해자와 유가족으로부터 사례를 들은 뒤 사과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옥시 사과의 장’에는 피해자 모임 가운데 하나인 ‘가습기피해유가족연대’측 피해자와 가족,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옥시 사과의 장’은 피해자나 가족의 사례 발표에 대해 사프달 대표가 응답·사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행사 전 ‘사연을 듣고 옥시 측에서 일일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날 참석한 사프달 대표는 “정말 유감스럽다. 자리를 마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정말 죄송하다”며 연이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온 다수 참석자들은 이날 옥시 측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 지적과 함께 ‘무덤덤’하다는 반응이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9년 전 아들을 잃은 곽 모(36·여) 씨는 “아들이 숨진 이후 사람 많은 곳에 가면 폐쇄공포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린다”며 “(옥시 측에서)사죄의 표현은 했지만 그냥 죄송하다고 사과 받아 달라고 했다. 무덤덤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가족 측은 사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보다 진전된 보상과 지원대책을 요구했다. 가습기피해유가족연대 최승운 대표는 “상당히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괜한 기대를 한 것 같다. 이제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피해자들한테 사과를 하는 등의 부분에서 기대 이하였다”며 “피해자는 평균 7~8년간 고통 받았다. 옥시는 진정성 있게 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6월 대화를 나눌 때는 보다 진전된 보상 방안 등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했다.
옥시 측은 지속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사과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현정 옥시 홍보부장은 “오늘은 1·2등급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과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대책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청취하고 지속해서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