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과 물놀이 … 우리가 몰랐던 대청호

 

캠핑(camping)은 현대 도시인의 삶에서 또 하나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여가문화 확산과 함께 캠핑이 대중화 되면서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각종 행사·이벤트의 경품으로 텐트 등 캠핑장비가 빠지지 않는다. 관심도가 높아 소비자 유인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요즘은 캠핑장비가 없거나 캠프 구축 등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숙박 시설을 야영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글램핑(glamping)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과 함께 풍광 좋은 곳이나 아늑한 자연 속에서 바비큐와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쉬는 게 요즘 우리 사회의 흔한 주말 풍경 중 하나가 됐다.

 

 

#. 대청호 캠핑의 시작, 로하스가족공원

이런 여가문화의 흐름에서 ‘캠핑과 대청호’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대전 도심과의 지리적 접근성, 남해의 다도해를 연상케 하는 수려한 풍경은 대전시민에게 캠핑의 유혹을 자동 주입시킨다.

자동차로 30분 정도만 달리면 대전 도심에서 벗어나 산과 호수, 달빛·별빛 밤하늘 아래서 지친 심신을 달래며 재충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청호 캠핑의 시작을 알린 캠프 사이트가 대전 대덕구에 문을 열었다. ㈜아이더월드가 운영하는 로하스가족공원 워터캠핑장(camplohas.com)이다.

3만 7678㎡의 널찍한 부지에 면당 100㎡ 규모의 오토캠핑장 40면과 카라반 5면, 글램핑장 5면 등 캠프 사이트가 구축돼 있고 바비큐 공연장, 수영장·풋살장·어린이놀이터 등 복합레저시설이 갖춰져 있다.

 

 

오토캠핑장은 1박2일 기준 2만 7000원에서 최대 3만 2000원(성수기 및 주말·휴일), 카라반은 14만 원에서 최대 27만 원, 글램핑은 12만 원에서 최대 18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카라반과 글램핑은 냉난방시설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개별 샤워실까지 보유하고 있다. 카라반을 소유한 고객은 3만 7000원에서 4만 7000원의 사용료로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여름엔 특히 수영장이 운영돼 아이들 물놀이 캠핑을 계획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로하스가족공원캠핑장은 1년 전 문을 열었다. 시설은 2014년 완공됐는데 운영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갖추는 데 1년이 걸렸다. 캠핑장 조성은 K-water가 했다. 대청댐 홍수방어능력을 높이기 위해 보조여수로를 만들면서 보조여수로 물길을 따라 친수공간도 조성했는데 그게 바로 로하스가족공원이다.

로하스가족공원에선 OM 엔터테인먼트(omentertainment.co.kr) 주관으로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현장체험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숲, 캠핑, 자연생태미술, 트리클라이밍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 일상 로그아웃, 캠핑 로그인

로하스가족공원캠핑장은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과 맞물려 완벽한 1박2일의 휴식을 선사한다. 대청호오백리길의 명소에 캠핑장까지 갖췄으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캠핑과 걷기가 조화를 이뤄 최고의 힐링 여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잠시 일상에서 로그아웃 하고 대청호에 로그인 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지친 심신의 치유가 필요하다면 더욱 '강추'다.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은 전체 21구간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손에 꼽히는 풍광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보조여수로를 지나 삼정동 이촌·강촌마을 생태공원과 이현동 거대억새습지로 이어지는 대청호반길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부럽지 않은 자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하룻밤 캠핑하고 아침에 산책하듯 호반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대청호오백리길 여행자에겐 꿈같은 기회다. 대청호는 특히 청평과 같은 수도권 호반길과 달리 시설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돼 자연환경이 오롯이 보전돼 있어 트레킹 여행자에겐 더 큰 기쁨을 선사한다.

화려함이나 편리함은 덜하지만 그래서 자연에서 얻는 감동의 깊이는 더 깊다. 시멘트 구조물이 가로막지 않는 확 트인 시야는 도심 일상에 찌든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 준다. 마음이 평온해지면 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진다. 대청호 푸른 물에 무거운 마음 모두 내려놓고 상처받은 마음 내보이면 그게 바로 치유, 힐링(healing)의 시작이다.

#.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캠핑, 1박2일

로하스가족공원캠핑장에선 일상의 시계가 멈춘다. 대신 해와 달이 알려주는 자연의 시계가 작동한다. 해가 기울어지는 시점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몸이 움직인다.

캠핑 초보인 금강일보 대청호오백리길 취재팀은 지난달 중순, 캠핑장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오토캠핑장은 거의 다 찼다. 캠핑 초보에겐 텐트 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캠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캠핑의 질이 달라진다. 그래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취재팀은 배경지식도 없고 텐트도 대여한 터라 캠프 구축에 3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다 요령이 생긴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저문다. 밥 먹을 시간이다. 캠핑장 조명등이 켜지고 각 캠핑 사이트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성수기와 맞물려 값이 오를 대로 오른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시지들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진다. 물론 일상생활과 다를 바 없지만 식탁 주변에 벽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크다.

말 그대로 야영의 느낌은 확실히 마음의 벽도 허무는 것 같다. 역시 새로운 경험 앞에선 마음의 태도도 달라진다. 한층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해와 달을 한 눈에 담은 채 식사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빛이 선명해지고 주변에 별빛도 하나 둘 켜진다. 자연에 의지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대화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짐은 한 꺼풀씩 벗겨지고 그 자리는 다시 신선한 에너지로 채워진다.

 

#. 호반길에서 만난 오아시스, ‘쥐코찻집’

시끄러운 풀벌레 소리마저 고요하게 느껴지는 캠핑장에 다시 해가 떴다.

가장 분주한 곳은 역시 수영장이다. 여름철 로하스가족공원을 찾는 캠핑가족 중 십중팔구는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 물놀이와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듯하다.

물론 다른 시도도 해볼 수 있다. 대청호반길 산책이다. 캠핑장에서 풋살장을 지나 호반길(대청댐 방향)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그림 같은 포토존을 만날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가 놓여있다. 벤치에 앉으면 곧바로 여기에 왜 벤치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시 걸어온 길을 되돌아 나가 1구간 코스를 밟는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호반 정취를 만끽한다. 대청댐 보조여수로를 건너 삼정동으로 향한다. 이씨와 강씨, 민씨, 이렇게 세 성씨가 집성촌을 이뤘던 마을이다.

이촌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푯말이 하나가 있다. ‘쥐코밥상·쥐코찻집’이다. 이름이 요상하니 관심도 증폭된다. 요즘 같은 찜통더위 속 호반길을 걷다 이곳에 들르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쥐코찻집의 시작은 최원자 씨가 운영하던 쥐코밥상이었다. 30여 년 전 최 씨의 남편이 이곳에 터를 잡고 부부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숲속 정원을 꾸몄다. 식당 이름대로 소박한 상차림이었지만 손맛이 좋아 대청호를 찾는 사람들에게 꽤나 이름이 났다.

지금은 쥐코밥상을 맛볼 순 없다. 최 씨가 나이가 들면서 식당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데 그게 바로 쥐코찻집이다.

 

쥐코찻집은 30년 이상 잘 다듬어진 숲속 정원에 마련된 유리온실을 연상케 한다. 몽골텐트 형태인데 전면이 유리창으로 돼 있다. 정원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 물론 대청호를 눈앞에서 감상하며 카페 주변 곳곳에 배치된 야외 테이블에서 차를 즐기며 안구정화를 할 수도 있다.

찻집에 들어서면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포스터와 함께 드라마에서 채리 양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씨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드라마 촬영을 했나보다 했더니 최 씨가 바로 조보아 씨의 할머니란다.

요즘 이곳의 인기 메뉴는 카페 피서의 진리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팥빙수’다. 특별한 건 없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키위주스도 추천할 만하다.

쥐코찻집의 키위주스는 국내산이라는 게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키위는 수입 과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재배가 된다. 원래 중국이 원산이고 이게 뉴질랜드로 건너가 개량돼 다시 수입되고 있는 거다.

 

 

최 씨 부부는 10여 년 전부터 양다래·참다래라고 불리는 이 키위 나무를 키우고 있다. 찻집 주변 곳곳에서 키위가 자란다. 10월경 수확해서 냉동 저장해 놓고 주스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요즘 우리 입맛에 맞는 수입 키위와는 다소 맛이 다르기 때문에 수입 키위도 조금 섞는다고 한다.

현재 40대 중·후반 이상의 대전시민이라면 ‘쥐코찻집’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최 씨가 이곳에 터를 잡기 전 대전 은행동에서 쥐코찻집을 운영했다. 누군가에겐 만남의 기쁨이, 또 누군가에겐 이별의 슬픔이 서린 그 찻집의 추억을 여기서 다시 느낄 수 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헬리캠 촬영=전우용 기자, 사진·영상=이기준·주홍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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