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삶, 곳곳서 침묵의 비명

최근 지역에서 지적장애인 여성에게 강제 성매매를 시키는 범죄(성매매 강요)가 연이어 발생해 우려를 높이고 있다. 피해자인 지적장애 여성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본보는 3회에 걸쳐 강요 ‘성매매’ 범죄에 노출된 지적장애 여성의 실태를 고발하고 이들을 품지 못하는 사회에 제언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그녀가 납치당했어요”… ‘강요 성매매’ 범죄에 노출된 여성 지적장애인들
2. ‘성매매 강요’ 받는 지적장애인… 사회안전망 구멍에 악순환 반복
3. 그들의 품은 어디에

지적장애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지능 발달이 뒤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따뜻한 관심과 체계적인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지만 현실은 이를 외면한다. 편견과 냉대, 그리고 무관심 속 상당수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강력범죄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단지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범죄로 연결됐다. 최근 대전에서도 지적장애인을 ‘성적 도구’로 삼은 범죄가 잇따랐다. 윤아(가명) 씨와 희정(가명) 양의 범죄 피해 사례가 그랬다.

지적장애 3급인 윤아 씨는 지난달 9일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20대 남성에게 이끌려 사흘간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갈취를 당했다. 현장에서 다른 여성들로부터는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기도 했다.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흘 만에 이 남성과 폭행에 가담한 여성들을 검거했다. 만약 다른 누군가의 신고가 없었더라면 윤아 씨가 겪어야 했던 악몽의 시간이 더욱 길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 연말, 희정 양도 끔직한 사건을 겪었다. 지적장애 2급인 미성년자 희정 양을 10대 남성들이 차량에 태웠다. 그리고 감금시킨 채로 성매매를 시키고 갈취와 폭력까지 저질렀다. ‘여성이 납치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들을 검거해 희정 양은 비로소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요 ‘성매매’ 범죄, 지적장애인인 윤아 씨와 희정 양이 당한 범죄는 사회적 약자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두 사건은 다행히 제3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신속히 신고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신고자가 없을 경우 더 큰 범죄에 직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깊어진다.

대전경찰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지역에서 발생한 성매매 강요 범죄 건수는 각 1건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같은 ‘성매매 강요’ 범죄에 대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전 여성 장애인 상담기관 관계자는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상담전화가 대전지역에서는 연간 100건에 달한다. 지역에서 성매매 강요 범죄에 대한 신고 상담은 비일비재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 관계자도 이 같은 우려에 인식을 같이한다. 특수교육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지적장애인의 (성매매 강요)연루에 대해 정확히 몇 건인지 말하긴 어려워도 지적장애인 대상 성매매 사례들은 있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판단능력이 낮은 지적장애인들의 성매매는 (사실상의) 성폭력이자 강요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강요에 대한 사회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손정아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은 “성매매 강요는 계속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드러나는 사례보다 드러나지 않는 사례가 적잖다”며 “이 배경에는 성매매 강요가 강요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또 사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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